◇동물의 행동/파울로 카살레 지음·윤소영 옮김/123쪽·8000원·사계절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여겨 왔다. 그중 동물과의 비교는 인간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흔한 방법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대단히 동물적이었기에 특별해졌다. ‘너무나 진화에 성공한 존재.’ 동물행동학에서 본 인간의 모습이다.
동물행동학적으로 자연을 관찰하려면 세심한 시선이 필요하다. 바다거북은 어떻게 먼 바다를 여행하다가도 자기가 태어났던 바닷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한 방향 찾기에 있다.
꿀벌은 새로운 꽃밭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동료들에게 그 장소를 알려 줄까? 꿀벌의 춤 속에 담긴 암호는 태양과의 각도를 파악해야 풀 수 있다.
이 책은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 온 법칙과 전략을 재미있게 풀어 준다. 민물 거북의 등딱지는 육지 거북보다 가볍다. 위급하면 물 속으로 도망쳐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벌레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래서 포식자들은 나뭇가지로 착각하여 그냥 지나쳐 버린다.
인간의 생존전략은 어떨까. 발톱도 무디고 잘 뛰지도 못하는 인간은 학습 능력과 사회성을 길렀다. 앞 세대가 축적한 위기 대처법과 생존의 지혜를 전수하려는 목적 때문에 인간의 유년기는 매우 길다. 가장 인간적인 문화로 여겨졌던 결혼이나 사랑도 자식을 버리지 않고 장기간 보호하기 위한 진화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이 덕분에 인간은 가족과 사회 조직을 구성하여 효율적으로 종족 보존에 성공한 동물이 되었다.
동물 간의 약육강식은 비정함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를 바라볼 때 관계를 달리 보면 고정관념도 바뀌게 된다. 포식자라고 늘 이기는 것만은 아니다. 자주 사냥에 실패하는 포식자에 비해 살아남는 피식자는 단 한번도 잡히지 않았기에 살아 있다. 만약 포식자가 자기계발에 실패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더 노련해지는 피식자보다 먼저 자연 선택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동물학자들의 연구 과정은 그 자체로 과학적 탐구의 전형을 보여 준다. 만약 자꾸 똥을 먹는 어린 코끼리를 보면 동물학자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우선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운다. 먹이가 부족하다거나, 소화를 돕는 미생물이 있다거나, 또는 코끼리의 별난 습성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후 관찰과 분석을 통해 소화에 필요한 셀룰로오스 때문임을 밝힌다. 과학은 우리에게 틀릴 수도 있으나 최선의 설명을 찾는 과정을 가르쳐 준다. 궁극적으로 동물행동학은 인간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계기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