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1일 불법 정치자금 전달 기업인들과 함께 골프를 쳤던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 사진 제공 아시아드컨트리클럽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일행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 5대는 1일 오전 9시경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 도착했다.
이 총리는 오전 8시 반부터 기다리던 50대 남자와 경호원에 둘러싸여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다. 경호원들이 주위를 막아 직원들은 처음에 누가 왔는지 몰랐다.
국무총리가 운동을 한다는 얘기가 경기 도우미 대기실에 전해졌다. 경기 도우미들은 “총리가 왜 하필 국경일인 3·1절에 골프를 치러 왔는지 모르겠다”고 수군거렸다.
총리 일행의 골프는 오전 9시 반경 시작됐다. 경호원이 클럽하우스 1층 골프용품점에서 골프공을 사 온 직후였다.
이 총리, 유원기(柳遠基) 영남제분 회장,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정순택(鄭淳(택,타))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앞 조였다.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신정택(申正澤) 세운철강 회장, 목연수(睦演洙) 부경대 총장, 이삼근 ㈜남청 대표 조가 뒤를 따랐다.
다른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은 1개 조(4명)에 경기 도우미 1명을 배치한다. 하지만 총리 조에는 베테랑 2명이 근무하도록 했다. 뒤 조는 1명이 맡았다.
한두 홀 돌고 나자 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냥 치면 심심하니까 40만 원을 내가 (상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동반자 중에는 “그래도 총리가 치는데 너무 액수가 적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은 편이 돼서 홀당 2만 원의 상금을 1만원씩 나눠 갖기로 했다. 일명 라스베이거스 방식.
경기 도중 일부 참석자는 공이 코스에서 벗어나는 OB(Out of Bounds)가 났는데도 OB가 아닌 척하고 그냥 플레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이 벙커에 들어가면 그대로 꺼내 치는 등 매너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골프장 관계자가 전했다. 골프 규칙을 잘 몰라 경기 도우미들이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이 총리는 홀당 상금을 직접 받지 않고 그때그때 경기 도우미에게 맡겼다. 한 참석자는 “이 총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얼마를 땄는지 모르지만 10만 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끝나자 이 총리는 경기 도우미에게 “(상금을) 수고비로 가져가라”고 말한 뒤 샤워실로 향했다.
캐디 담당 직원(캐디 마스터)이 기다렸다가 이 총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돈을 놔두고 가셨더라”며 건넸지만 이 총리는 “뭐 하러 갖고 왔느냐. 그건 당신들 몫이니 알아서 쓰라”며 돌려줬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골프장 직원들은 “총리의 뒤 조도 비슷한 방법으로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점으로 미뤄 “100만 원가량의 ‘내기골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총리 일행은 골프 모임이 보도된 뒤 내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차관은 7일 기자들에게 골프 회동의 전말을 밝히면서 “내기 골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사실과 다른 말을 한 셈이다.
골프비용과 관련해서도 참석자들은 “모른다” “말하기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접대골프 논란이 나오자 그때서야 박원양 삼미종건 회장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정순택 씨는 10일 오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골프 치며 있었던 일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정 씨는 강병중, 유원기 씨와 함께 ‘일부 언론의 내기골프 의혹 보도에 대한 해명’이라는 보도자료를 국무총리실 기자실로 보냈다.
처음에는 모임, 참석자, 비용, 상금에 관련된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다른 경로로 확인되면 마지못해 하나씩 시인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총리가 받을 타격을 줄이기 위해 참석자들이 계속 입을 맞추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