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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건강찾기]야간근무자 불면증

입력 | 2006-03-13 03:04:00

1일 3교대 근무하는 김형우 씨가 전날 야근 후 오후 2시에 커튼을 치고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고….

유명 경비용역업체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김형우(32·경기 구리시 인창동) 씨는 한창 일할 시간인 오후 2시 억지로 잠을 청한다.

오늘 밤도 꼬박 새워 일하려면 자둬야 한다는 강박감에 깬 채로 마냥 누워 있는 것.

‘1일 3교대’ 근무를 시작한 지 4년째.

매주 근무 시간이 달라지는 생활 탓에 불면증이 생겼고 최근엔 두통까지 심해지자 8일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주연호 교수를 찾았다.

전날도 제대로 잠을 못 자 두 눈엔 핏발이 서 있었다.》

○ 주야간 교대근무자 14%가 수면장애

“야간 근무를 하고 난 뒤엔 잠이 잘 안 와요. 잠이 들어도 2, 3시간 만에 금방 깨요. 다음 날은 늘 피곤하고 입맛도 없어요. 생활습관 탓인지, 정신질환이 생긴 건 아닌지….”(김 씨)

“수면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3교대 근무자’의 전형적 수면장애 증상이에요. 연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야간 교대 근무자의 14%가 수면장애에 시달린다고 해요. 하루 몇 시간이나 자나요?”(주 교수)

“워낙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잘 모르겠어요.”(김 씨)

“1주일 정도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는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성인은 하루 6, 7시간 자야 해요. 잠이 안 올 땐 어떻게 하세요?”(주 교수)

“다음 날 일해야 하니까 누워서 계속 있어요. 하도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다음 날 더 피곤하던데요.”(김 씨)

“잠이 오지 않는다고 억지로 누워 있지 마세요. 잠자리에 누운 지 20, 30분 지나도 잠이 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일어나세요. ‘하루이틀 못 자도 좋다’고 편안히 마음먹고요. 대신 침실에서 나가서 조금 지루한 책을 읽으면서 잠이 오도록 해보세요.”(주 교수)

특히 김 씨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시는 건 고쳐야 한다. 술은 쉽게 잠이 들도록 도와 주지만 오히려 속이 쓰리고 더부룩해 숙면을 방해한다. “매주 근무 시간이 바뀌는데 어떻게 하면 바뀐 시간대에 잘 적응해서 잠을 잘 수가 있을까요?”(김 씨)

“우선은 주변 환경과 생활습관을 바꿔 보세요. 낮에 잘 때도 최대한 밤처럼 짙은 색 커튼을 쳐 어둡게 하고 소음도 없애고요. 잠을 잘 때 체온이 떨어지니까 약간 서늘하게 하는 것도 좋아요. 밤에 일할 때는 최대한 조명을 밝게 해 몸이 낮처럼 느끼도록 하고요. 낮은 밤 같이, 밤은 낮같이.”(주 교수)

1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우리 몸이 필요한 시간은 하루. 교대 근무는 되도록 간격을 길게 만든다. 일주일보다는 한 달이 더 좋다. 순서도 시계방향인 주간-오후-야근 순으로 바꾼다. 근무 시간대가 바뀔 때는 하루이틀 푹 쉬어야 한다.

○ 억지잠 청하기보다 편한 마음 가져야

수면제는 수면 습관을 바꿔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수면제를 먹으면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있지는 않나요?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에 걸린다고도 하던데요?”(김 씨)

“요즘에는 짧은 시간에만 작용하는 수면제가 많이 나왔어요. 물론 약 기운이 다음 날도 조금 남아서 작용하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에요. 치매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지만 중독성은 주의해야 합니다.”(주 교수)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올바른 수면습관

△잠이 안 올 땐 뒤척이지 말고 일어나 따분한 일을 하자

△낮잠은 45분 이내로 줄이자

△수면 시간에 관계없이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해라

△운동은 잠자리 들기 3∼6시간 전에 마치자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지 않는다

△배가 고프거나 배가 부른 것도 좋지 않다.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좋다

■전문가 진단…불규칙한 수면이 원인 뒤바뀐 환경 적응해야

잠을 못 자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잠을 설치면 다음 날 몸이 처지고 졸립기만 하다. 그러다 밤이 되면 정신이 맑아진다.

불면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불규칙한 수면습관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사람 뇌의 시상하부는 개인의 의지에 앞서 독립적으로 ‘수면리듬’(밤이 되면 잠들게 하고 해가 뜨면 잠을 깨게 하는)에 관여한다.

그러나 직장인 가운데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강력한 ‘수면리듬’을 거역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불면증의 빈도가 높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생체리듬이 깨지면 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다른 질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밤낮이 바뀐 불리한 상황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잘 활용해 적응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수면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면일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 전체적인 수면의 정도와 깊이, 수면의 방해요소, 잠자기 적절한 시간 등을 파악해 정리해 본다.

수면습관을 바꾼 뒤에도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수면제를 단기간 사용한다. 빛을 이용한 ‘광 치료’는 시차를 극복하는 데 주로 도움이 된다.

주연호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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