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청와대 핵심 참모진 사이에서 이 총리의 유임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열린우리당은 이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총리는 13일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파문
이와 별도로 검찰은 한나라당이 이 총리와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수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수사 담당 부서를 이르면 13일 결정할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총리가 내기골프, 황제골프 등 ‘지저분한 문제’로 잔매를 많이 맞은 상황”이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귀국하면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늦지 않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리의 태도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이 총리의 진퇴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이 이미 섰음을 시사했다.
민정수석실은 이 총리의 골프 비용을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 사장 최인석 씨가 대신 낸 행위, 골프 모임에 동석한 기업인이 낸 돈을 걸고 골프를 친 행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마쳤다. 민정수석실은 이런 행위가 여론의 시비와 별개로 공무원 윤리강령이나 법규에 저촉되는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1, 12일 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그 결과 ‘유임은 곤란하다’는 견해가 다수로 나타났다. 당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상임위별로 의원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파문 초기에 비해 이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총리 유임론을 펴 왔던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도 12일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달라진 것 같다”며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4일 귀국하는 대로 당내 의견 수렴 결과를 가감 없이 전달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일각에서는 총리의 사퇴 여부는 골프모임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논의할 문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총리 진퇴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 내에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3·1절 골프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총리가 사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번 골프 모임과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 총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한나라당의 고발 사건이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관련된 영남제분의 주가조작 의혹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를 금융조사부에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