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오른쪽)과 고건 전 국무총리가 1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김경제 기자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는 12일 “5·31지방선거에서 정당 차원의 연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에게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정 의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정 의장이 연대를 요청한 데 대해 이같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배석했던 민병두(閔丙두)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덕봉(金德奉) 전 총리공보수석이 전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뉴라이트의 ‘수구 3각 편대’가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미래, 평화, 개혁세력이 ‘미래 3각 편대’를 만드는 참여정부의 노선에 연대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고 전 총리는 “(내가 이야기한)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연대는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발전전략 모색을 위해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협력하자는 국가적 차원의 통합연대다.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말해 열린우리당과의 선거 연대를 거부했다.
정 의장은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분으로서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본다”며 “언젠가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한다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우리가 한배를 탔다는 것은 ‘대한민국호’라는 배에 국민 모두가 함께 타고 있다는 것이다. 큰 배에서 선실과 층이 같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장 측은 고 전 총리와의 지방선거 연대가 무산된 데 대해 “(고 전 총리가) 이처럼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아쉽기는 하지만 불확실성이 제거된 측면도 있는 만큼 여권이 전열을 재정비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서민은 하루살이가 고달픈데 정치는 골프, 성추행으로 옥신각신하며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겼다. 전직 총리로서 민망하다”며 이해찬 총리의 도덕성 문제를 우회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은 약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으며 차후 재회동 약속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