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일본 도쿄에서는 세계 400∼500개의 기업과 단체가 참가하는 에코 상품 전시회가 열린다.
일본은 최근 에코 디자인 시장의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전 및 전자업체들이 에코 디자인 상품 개발에 기울이는 노력은 엄청나다. 전시된 작품들은 이미 발명의 수준을 넘어 실제 생활에 사용되고 있다.
‘히타치’는 한 번 사용한 물을 여러 차례 다시 쓸 수 있는 세탁기를 내놓아 세탁 부문 에코 디자인상을 받았다. 더러워진 물이 세탁기에 내장된 고무파이프를 지나면서 정화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바’의 세탁기는 세탁조가 기울어져 있다. 세탁조를 비스듬하게 디자인해 자연스럽게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실용적인 디자인 사례다.
‘샤프’는 세제가 필요 없는 식기 세척기를 선보였다. 이 세척기는 소금을 이용해 물을 마그네슘 등 광물이 포함된 ‘하드워터(hard water)’로 바꿔 때를 제거한다. 처음부터 오염 물질의 발생을 막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필터 청소가 필요 없는 에어컨을, NEC는 ‘퇴비화’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컴퓨터 제품을 내놓았다.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는 연구 개발(R&D)과 디자인 부서가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친환경 소재와 최소 포장,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 디자인 등 ‘3대 가이드’를 지키도록 못박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에코 트리(tree)’를 통해 자사의 에코 디자인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포장재의 에코 지향도 지속되고 있다. 일본 소니 TV의 포장재는 사각형이 아니라 TV 본체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이를 통해 소니는 포장재 원자재 사용량과 부피를 줄여 제품 운송의 효율을 높였다. 완충재로 사용되는 스티로폼도 60%나 줄였다.
휴대전화로 유명한 핀란드 ‘노키아’가 최근 출시한 디지털 TV 수신기 ‘미디어마스터 110 T’도 에코 디자인이 반영된 것이다. 이 제품은 디자인을 통해 부품의 수를 최대한으로 줄였다. 2개의 커버와 내부 판, 4개의 고무패드만 남았고, 렌즈는 커버에 합쳤다. 기존 5W이던 대기 전원도 1W로 줄였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부직포 대신 공기를 불어넣은 소파로 세계의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이 소파는 기존 재료를 사용한 가구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어 친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에코 디자인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의 하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다. 이 차는 전기 동력을 함께 사용해 화석 연료의 사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이 차는 연료 효율성 증가, 배기 가스와 차량 소음 감소, 청정에너지 개발 등 에코 디자인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이 자동차는 2000년 1만9011대에서 2005년에는 17만 대 이상이 팔렸다.
에코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는 최근 ‘에코디자인 의무화 규정(Eco Design Requirement for Energy Using Product)’을 도입하기도 했다.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업종은 에코 디자인을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환경과 관련된 에코 디자인을 거추장스러운 의무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경쟁 기업과 격차를 벌일 수 있는 발판으로 에코 디자인에 투자하고 있다.
이한경 ‘에코 프런티어’ 서스테이너빌리티밸류 사업부 부장 hklee@ecofronti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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