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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진학 ‘꼼수’쓰다 돈만 날린다…유학컨설팅 ‘검은 유혹’

입력 | 2006-03-14 03:04:00


《7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MBA(경영전문대학원 석사) 컨설팅업체. 간판조차 없어 어렵게 찾은 사무실에는 상담원 3명이 있었다.

한 상담원은 “지방대 교육대를 나왔고 직장 경력이 없다”는 말을 하자마자 “군대에 갔다 왔느냐” “부모님이 무엇을 하시느냐”는 등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 상담원은 “군 경력을 잘 부풀리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일한 것처럼 잘 꾸미면 필요한 경력이 만들어질 것 같다”면서 “에세이(자기소개서)도 우리가 써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미국 MBA 대학원 5곳에 지원서를 내주겠다며 업체가 요구한 비용은 650만 원.》

경력을 위조해 주고 에세이를 대필해 주는 MBA 진학 ‘암(暗)시장’이 호황이다. 외국 대학 MBA 지원자가 한 해 3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커지자 편법을 동원하는 MBA 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돈만 쓰고 MBA 대학원 입학에 실패하는 ‘초짜’ 지원자의 피해가 잇따르는가 하면 미국 MBA 대학원은 지원자의 경력을 검증하기 위해 용역업체까지 동원하고 있다.

▽“무엇이든 만들어 드립니다”=‘고객님이 필요하신 모든 것을 다 제공합니다. 패키지 상품 이외에도 고객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도 있습니다.’

한 MBA 컨설팅업체의 인터넷 광고다. 패키지 상품이란 한 학교에 에세이와 추천서를 써 주는 가격이 250만 원인데 처음부터 5개 대학에 함께 지원하면 가격을 700만 원으로 할인해 준다는 것.

이 같은 MBA ‘대행업체’가 서울에서만 수십 곳이 성업 중이다. 몰래 운영되는 탓에 이들 업체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긴 쉽지 않다.

이들 업체는 지원자가 토플이나 미국 경영대학원 진학시험인 GMAT를 준비하는 동안 회사를 계속 다닌 것처럼 위장한다든지, 자영업을 하는 부모의 회사에 취업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준다. 이런 허위 경력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대필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5개 MBA 대학원에 지원하는 비용은 업체에 따라 500만∼1000만 원 선이다.

MBA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컨설팅업체의 말만 믿고 수백만 원을 들여 여러 곳에 지원서를 냈는데 모두 탈락하고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원자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미국 MBA 대학원 검증 강화=미국 MBA 대학원들은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지원자가 토플 성적은 좋더라도 실제 언어 구사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에세이 평가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에세이 작성 능력이 부족하거나 에세이 작성 경험이 없는 지원자들은 이들 컨설팅 업체의 제안에 귀가 솔깃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에세이마저 대필 논란이 일자 미국의 유명 MBA 대학원은 2, 3년 전부터 인터뷰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용역업체를 통해 지원자의 경력을 검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 유명 MBA에 지원해 인터뷰를 할 기회를 얻은 한국인 23명 가운데 한 명이 경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탈락한 일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MBA 대학원 관계자는 “지원자의 경력 확인(background check)을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톱클래스 MBA에선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MBA 진학업체인 JCMBA 정병찬(鄭秉贊) 대표는 “에세이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면서 “천편일률적인 에세이 때문에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지원자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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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