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 씨가 21일 자신의 재즈 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연다.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재즈바에서 신 씨가 무대에 함께 서는 후배 재즈 뮤지션 웅산 박성연 이정식 씨(왼쪽부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원대연 기자
1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재즈바 ‘문글로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러분 늘 하던 거 한번 해 보죠. 첫 곡으로 ‘갓 블레스 더 차일드’ 어때요?”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60) 씨의 손이 건반에 올려지자 10여 명의 트럼펫, 색소폰 연주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여성 재즈 가수 박성연(51) 씨의 목소리,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45) 씨의 연주가 물 흐르듯 두둥실 떠다녔다. 가수 웅산(33)도 까마득한 선배들 틈에서 코러스를 맞췄다.
재즈 외길을 걸어온 신 씨에게는 올해가 각별한 해다. 환갑을 맞는 해이자 재즈 인생 4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 그는 2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이를 기념해 ‘빅 재즈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박성연 김준 임희숙 웅산 등 재즈가수들부터 이정식 유진박 등 후배 재즈 연주자들, 홍덕표(트롬본) 최세진(드럼) 강대관(트럼펫) 이동기(클라리넷) 씨 등 그와 동년배인 ‘재즈 1세대’ 아티스트까지 한국의 재즈 뮤지션들이 세대를 초월해 무대에 선다.
“40년 재즈 인생요? ‘외로움의 연속’이었죠. 집에서는 ‘월급 좀 받아 오라’는 핀잔뿐이었고 연주할 장소가 없어 카바레에서 무료로 해 주겠다고 해도 쫓겨나고…. 왜 포기 안 했냐고요? 재즈가 주는 ‘자유로움’에 취해 지금까지도 헤어 나오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거죠.”
어릴 적 그는 “피아니스트 한동일 씨처럼 되는 게 꿈”이었던 클래식 피아니스트 지망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미 8군에서 우연히 들은 재즈 선율에 매혹돼 바흐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로 연습곡을 바꾸었다.
“억울할 때도 있어요.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후배 뮤지션들처럼 유학도 다녀오고 체계적인 재즈 공부를 했을 텐데 싶어서…. 하지만 40주년 공연한다니까 쪼르르 달려오는 후배, 힘을 실어주는 선배 뮤지션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행복하답니다.”
1980년 한국 최초로 재즈 빅 밴드를 결성했던 신 씨는 재즈와 국악과의 접목을 시도한 첫 앨범 ‘블루스 아리랑’을 비롯해 줄곧 재즈의 한국화를 주장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스탠더드 재즈곡 ‘싱 싱 싱’을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공연 문의 1588-7890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