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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윤경 “즉흥무용은 요리… 내맛을 낼수있죠”

입력 | 2006-03-15 03:05:00


“즉흥 무용은 마치 요리 같아요. 무를 썰면서 찌개를 끓이고, 한 쪽에서는 그릇도 씻고 한꺼번에 여러 동작을 해내야 하거든요. 고전발레는 이미 정해진 캐릭터에 나를 맞춰야 하지만, 현대무용은 내 자신의 의지대로 개성 있는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자유가 있어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 발레단 소속의 현대무용가 이윤경(31·사진)은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에서 정통 클래식 발레를 배운 무용가이다. 국립발레단 전 수석 무용수 김지영(네덜란드 국립발레단)과 유지연(키로프 발레단) 등이 그의 후배다.

그러나 베를린 코미셰 오퍼 발레단을 거쳐 2004년 7월 리옹 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이윤경은 현대무용가로 방향을 전환해 사샤 발츠(독일), 지리 킬리안, 윌리엄 포사이드 등 당대 최고의 현대무용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을 해 왔다.

15,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선보이는 리옹 국립오페라 발레단의 내한공연 ‘세 개의 푸가’는 사샤 발츠, 안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벨기에), 마기 마랭(프랑스) 등 세 안무가의 독립적인 작품이 각각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의 푸가 음악과 어우러지는 현대무용이다.

특히 피나 바우슈 이후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정수’로 꼽히는 사샤 발츠의 신작 ‘판타지’는 관심거리다. 1월 초부터 준비해 2월12일 리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00여 번의 연습 중 나온 즉흥 동작에서 뽑아낸 안무로 만든 서정적 작품이다.

이윤경은 “사샤 발츠는 주제와 아이디어만 던져줄 뿐 무용수들에게 어떤 스텝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8명의 무용수가 서로 파트너가 돼 균형과 반동을 이용해 만들어 낸 수백 개의 즉흥 동작을 작품으로 구성해내는 그의 예리한 시각이 놀랍다”고 말했다.

마기 마랭의 ‘그로스란트’는 무용수들이 뚱뚱한 살덩어리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고 추면서 현대인들의 살찐 모습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이윤경은 “현대무용이 무조건 심각하고 진지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그러나 ‘사우나 옷’으로 불리는 의상을 입고 이 춤을 춘 무용수들은 공연을 끝내고 나면 살이 2kg씩 빠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국을 빛낸 스타 초청 갈라’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유럽에선 무용 공연을 하면 오페라 극장이 꽉꽉 들어찰 정도로 고전발레보다도 컨템퍼러리 댄스(현대무용)가 더욱 인기”라며 “당분간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함께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만∼7만 원. 1544-1559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