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실내테니스장이 5월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남산 실내테니스장은 1995년 옛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온 뒤에도 일부 인사가 주말 황금시간대를 독점적으로 사용해 ‘이름뿐인 시민 개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14일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서울테니스협회의 초청을 받아 그동안 이곳에서 여러 차례 주말 공짜 테니스를 즐겼다가 뒤늦게 사용료 600만 원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등 구설에 오르자 테니스장 예약 방식을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전기공사 및 화장실 샤워장 보수공사가 마무리되는 5월 재개장 때는 오전 9∼10시를 기준으로 당일 선착순 접수를 통해 이용 순서를 정할 계획이다. 1회 이용시간은 2시간으로 전화 예약만 받는다.
당일 아침 일찍 전화로 가예약을 했더라도 다른 이용자가 정해진 개장 시간에 먼저 현장에 도착하면 양보해야 한다. 인터넷 예약은 이름만 바꿔 가며 장시간 코트를 차지할 우려가 있어 당분간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단체가 매주 토·일요일을 장기간 독점 예약한 뒤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VIP들을 초청해 이용하게 하는 폐단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서울시는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한체육진흥회가 임대 운영할 때는 요금(시간당 4만 원)을 제외하고는 운영 방식에 간섭하지 않았다”면서 “보수공사가 끝나면 직영체제로 바뀌는 만큼 과거 뚝섬 골프연습장 예약 방식을 참고해 실질적으로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유스호스텔(옛 안기부 본관) 옆에 위치한 남산 실내테니스장은 과거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부부 등 VIP들이 주로 이용했으며 코트가 1면뿐이라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온 뒤에도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인사들이 선호해 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