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가 답은 아닌 것 같다”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발언으로 자사고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사실상 자사고 확대는 백지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사고 확대 운영 백지화되나=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2008 대입제도의 안정적 정착’ 기자 워크숍에서 김 부총리는 “자유롭게 자사고를 설립하도록 허용해도 과연 전국적으로 몇 개나 생길 것인지 의문”이라며 “자사고 확대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공영형(公營型) 혁신학교의 틀이 갖춰지는 6월경 자사고 문제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올해 들어 자사고 확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에서 자사고 확대를 반대하고 있어 교육부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교육부가 자사고 시범운영 확대에 대해 이미 반대 입장을 정한 뒤 자사고를 대체할 학교로 공영형 혁신학교를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학교 혁신 의지가 강하고 교육철학이 분명한 교장이나 전문가 등에게 학교경영을 맡기는 형태인 공영형 혁신학교는 재정의 대부분을 지자체가 대기 때문에 자사고와 달리 학부모 부담이 일반 공립학교 수준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체험 위주의 창의성 개발프로그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사고와 성격이 다르다.
▽자사고 정책 포기 배경은=자사고 시범운영 확대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발언이 계속 바뀌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천주교 수원교구청 이용훈(李容勳)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6곳을 포함해 시도별로 1개 정도씩 모두 20개교를 시범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김 부총리의 소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회양극화 해소를 올해 주요 정책으로 들고 나온 가운데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는 자사고 확대에 대해 교육부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자사고를 설립하려고 선뜻 나서는 사학이 많지 않은 것도 포기 배경 중 하나다. 사학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개정 사학법이 통과된 후 사학 설립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자사고는 현재 민족사관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부산해운대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등 6개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