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태영 KBS 기자(왼쪽부터), 프랑스 시파(SIPA) 통신 사진기자 알프레드 야콥자데, 프랑스 잡지 엘(Elle)지 특파원인 프랑스 국적의 카롤린 로랑 등 외국인 기자 3명이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 해방 인민전선(PFLP) 소속의 무장 납치범들에 억류되어 있다(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피랍된 용태영 KBS 특파원은 15일 새벽(한국시간) 몇 차례에 걸쳐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부인 및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해 신변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또 용 특파원은 이날 로이터가 입수한 화면에서 "한국의 KBS 특파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관계악화로 붙잡혀 있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 특파원과 동행했다가 피랍을 피했던 신상철 KBS 카메라 기자는 팔레스타인 경찰의 보호를 받다가 이날 새벽 3시40분경 우리 대사관측에 무사 귀환했다.
현지의 한 소식통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의 지시로 자치정부 관계자들이 용 기자 등을 납치한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측과 석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용 특파원이 납치된 칸 유니스 지역을 책임지는 보안부대의 아베드 사타리 대변인은 KBS, MBC와의 인터뷰에서 "용 특파원의 신변에는 그 어떤 위협도 없다"며 "현지 시각 아침이 되기 전에 풀려날 것으로 본다"로 말해 주목된다.
납치 사건 직후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한 정부는 15일 정달호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단장으로 한 현지 대책반을 급파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대책반은 이날 오후 1시3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KE 905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출발했다.
정부는 15일 오후 국정원장이 위원장인 테러대책 상임위를 외교부에서 개최
정부는 이어 오후 3시 외교부 청사에서 국가정보원장이 위원장인 테러대책 상임위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용 특파원을 납치한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는 지비 이스라엘 장관 암살 혐의로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이스라엘 군당국의 교도소 공격으로 신병이 이스라엘측에 넘어간 아흐메드 사다트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LP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주장해온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계열의 무장전위 조직이며 용 기자 납치를 실행한 조직은 이 조직 산하의 '체게바라 여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단체는 알 카에다와 같은 무모한 테러를 자행한 전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무장단체와 직접 얘기하는 것은 없으며, 그 단체가 우리 정부에게 직접적인 요구를 한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마영삼 주이스라엘 대사관 공사참사관은 현재 가자지구 부근에서 팔레스타인측과 교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출장 중인 반기문 외무장관은 이날 새벽 알 키드와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조기 석방과 무사귀환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와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최영진 주 유엔 대사도 피랍사건 직후 유엔측에 "용 기자의 석방을 위해 유엔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고,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민간인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안정을 찾기 위한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했다.
용 특파원은 하마스 취재를 위해 14일 오전(현지시간) 카메라기자 신상철 씨와 함께 가자지구를 방문 중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가자지구 내 디라호텔로 들어와 있다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시경 복면한 팔 무장세력들이 호텔로 들어와 투숙객들을 호텔 식당으로 몰아넣었고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용 특파원은 방으로 피신했지만 무장세력들이 뒤쫓아와 용 특파원을 납치했다고 전해졌다.
용 특파원은 프랑스인 2명, 스위스인 국제적십자사 관계자 1명, 호주인 2명, 미국인 1명 등 외국인과 함께 억류돼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