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의 원조격인 미국 CBS의 '60분(60 Minutes)' 프로그램 대표 진행자인 마이크 월리스 기자가 14일 은퇴를 발표했다.
1939년 미시간대를 졸업한 뒤 1940년대 말 한 지방 방송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월리스 기자는 올해 87세로 반세기 이상을 방송 현장을 지키며 활동해왔다.
특히 그는 1968년 심층기획 보도 프로그램인 '60분'의 첫 방송 때부터 무려 38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왔다. 그는 앵커 월터 크론카이트, TV 뉴스 보도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에드워드 머로우와 함께 CBS 뉴스의 3대 전설로 꼽히는 인물.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 그는 인터뷰 대상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노련하고 원숙한 기량을 과시해왔다.
그동안 그가 인터뷰한 뉴스메이커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부부들을 비롯해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 이란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시 교수 등 수 천 명에 이른다.
담배회사의 내부 고발자인 제프리 와이갠드에 관한 그의 보도는 영화 '인사이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베트남전의 진상에 관한 그의 보도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사령관이었던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 장군과의 길고 긴 소송으로 이어져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평소 "죽으면 은퇴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그러나 그는 "88세 생일이 다가오면서 시력과 청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보청기와 심장박동 조절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션(Sean) 맥머너스 CBS 뉴스 사장은 "월리스는 방송 저널리즘의 거인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어떤 찬사도 그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그는 앞으로도 '명예기자' 자격으로 CBS 뉴욕 본사의 사무실을 계속 유지하면서 부정기적으로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