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뿐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전원에게 전 학년 장학금 지급을 결정한 포천중문의대 차경섭 이사장은 “의사는 이제 서비스업”이라고 말한다. 홍진환 기자
“나도 의대생 때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했어. 서울 숭인동 집에서 세브란스의전까지 3전 하는 전차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통학할 정도로 가난했기 때문에 당시 받은 장학금이 큰 도움이 됐지.”
최근 의학부 학생뿐만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전원에게 조건 없이 전 학년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차경섭(車敬燮·87) 포천중문의대 이사장이 15일 당시 힘들게 공부했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4년간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지원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요즘 의학전문대학원 학비는 학기당 1000만 원가량 된다. 40명의 의학도에게 4학년까지 총 32억 원이 지원되는 거액이다.
또 지금까지 10년 동안 의학부 학생에게 지원된 장학금만 140억 원에 이른다.
“사실 초기 5, 6년만 지원할까 고민도 했어. 그런데 막상 장학금을 지원하니깐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어. 차바이오텍 차케어스 등 벤처업체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지.”
그는 아들인 학교법인 성광학원 차광렬(車光烈·차병원 대표) 학원장과 함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병원 경영이 어려웠던 때에는 개인 재산 400억 원을 의료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규모의 재산 헌납은 의료계에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도 의학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하다. 최근엔 줄기세포에 홀딱 빠져버렸다. 특히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에 대한 소신 때문에 남몰래 직접 줄기세포를 몸에 투여해 경과를 관찰해 보기도 했다.
그는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선 한국도 세계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분야”라며 “앞으로 상당수 질병은 이로써 고칠 수 있는 과학 혁명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이 같은 열정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수한 ‘할리우드 장로병원’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천 송도에서 외국의 유명 병원을 유치한다고 하는 마당에 차병원은 오히려 미국 병원을 인수한 것. 이 병원은 한인 사회에서 ‘미역국을 끓여 주는 병원’ ‘말이 통하는 병원’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할리우드 장로병원이 1년 사이 급성장하자 이곳 남캘리포니아대(USC) 의대에서 이 대학 부속병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 왔을 정도다.
“과거엔 의사는 돈을 버는 직업에 속했어. 이젠 아니야. 의사도 서비스업의 일종이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뭐든지 한 분야에 최고가 되어야 해. 그래야 환자들이 찾아오거든.”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