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장한 지 100년이 되는 퍼머 머리(perm)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기 TV 시리즈 '프렌즈'에서 레이첼로 나오는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의 자연스런 생머리를 선호하던 여성들이 지금은 미용사에게 팝가수 마돈나(사진)처럼 퍼머를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1906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독일 헤어드레서 칼 네슬러가 퍼머를 고안했을 때만 해도 퍼머는 아름다움이란 이름으로 부과된 고문이었다.
그가 런던 옥스퍼드 거리의 미용실에서 퍼머를 선보였을 때 아내 카타리나 외에는 시연 대상을 구할 수 없었다. 카타리나는 수산화나트륨에 적신 머리카락을 섭씨 100도로 달군 놋쇠 롤러들로 단단히 말고 5시간을 견뎠다.
한 개에 길이 30cm, 무게 900g에 달하는 길고 무거운 놋쇠 롤러는 전기 샹들리에에 연결돼 있었는데 지탱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녀는 놋쇠 롤러들이 떨어져 머리를 지질 위험을 두 번이나 무릅쓴 뒤에야 퍼머 머리를 갖게 됐다.
1938년에 가서야 비로소 가열장치 없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냉(冷) 퍼머'가 등장했다.
네슬러는 1951년 사망했지만 퍼머 머리는 70년대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선수들 사이에 유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데이비드 보위, 캐서린 제타 존스, 멕 라이언, 존 본 조비 등 연예계 스타에게로 번져가 세계적 대유행이 됐다.
90년대 말에 이르러 인위적인 스타일보다 자연스런 스타일이 선호되면서 퍼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최근 마돈나, 여배우 시에라 밀러, 왕년의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 등이 퍼머를 하고 나타나 새로운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