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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여야 5당 원내대표 만찬]“코드인사 도와달라”

입력 | 2006-03-18 03:05:00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만찬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만찬장인 백악실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중심당 정진석, 민주당 이낙연,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노 대통령,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대표.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2시간 45분 정도 만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여야 원내대표 모두와 함께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찬은 노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포도주를 곁들인 등심 스테이크로 식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 전 대기실까지 나와 여야 원내대표들을 맞았고 식사 후에는 본관 집무실과 접견실 등으로 직접 안내하며 설명을 하기도 했다.

만찬 시작 전 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을 화제 삼아 환담을 나눴다.

국민중심당 정진석(鄭鎭碩) 원내대표가 “야구가 긴밀한 한미 공조를 했는데 일본이 기사회생했다”고 말문을 열자, 미처 이날 미국과 멕시코전을 보지 못한 노 대통령은 “미국이 멕시코한테 져 버렸어요?”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사람들 참 대단해요. 야구 덕분에 대통령 지지도도 올라갔어요”라며 “어찌 좋은지 사람들이 그냥 쳐다만 봐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요. 우리 선수들이 잘생겼어요. 인물도 좋고…. 만일 우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어쩌지요”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연정, 바둑의 축인지 몰랐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이해찬(李海瓚) 전 국무총리의 후임에 대해 “덜 무서운 총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인선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빨리 지명하겠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테니 ‘코드’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만찬 뒤 브리핑에서 “인선이 지방선거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 대통령은 이 전 총리를 ‘칼 총리’로 비유하면서 “여러분은 상대하기 힘들었겠지만 나에게는 이 전 총리가 일 욕심이 많아 참 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노 대통령은 “현행 헌법도 운용을 잘 하면 괜찮은데…. 그런 문제 논의하려면 대화 신뢰가 쌓여야 한다. 자주 노력하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해 대연정 제안 때를 회상하며 “당시 대연정 제안이 바둑에서 보면 축인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여당이 요즘 대통령 말 듣습니까

노 대통령은 여당과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야당 원내대표들의 요청에 “여당이 요즘 대통령 말 듣습니까. 당 운영에 대해 단 한번도 지도부에 전화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야당 원내대표들의 탈당 요구에 대해 노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당적을 버리는 것은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사범과 관련된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당적 보유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경청만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장관 등 공직자들이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행동은 자제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지지한 이낙연 원내대표가 “과거에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옛날 임금은 변복하고 밤에 돌아다녔는데 밖에 나가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얼굴이 많이 알려졌고 경호에 부담을 준다며 주변에서 많이 말려서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주변 4중 철조망을 걷어낸 사실을 거론하며 “형식은 많이 개방했는데 이제는 마음도 개방하고 싶다. 꽃 피는 4월에 다시 모셔서 청와대 구경을 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