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행우주/미치오 카구 지음·박병철 옮김/616쪽·2만4900원·김영사
2003년 2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궤도를 돌고 있던 미국의 WMAP 위성으로부터 전송된 데이터를 분석하던 천문학자들은 “믿을 수 없어”를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WMAP 위성은 항상 지구와 태양, 달의 반대편에서 광활한 우주 공간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궤도로 쏘아졌다. 그 이유는 모래 한 알의 크기였던 우주가 지금처럼 광대해지게 만든 대폭발(빅뱅) 당시 발산된 우주배경 복사(輻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이 위성은 지금까지 가장 먼 우주에서 날아온 복사를 관측해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에 이르며 겨우 38만 년 된 아기였을 때 이미 거대한 타원형 구조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또한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중 인간이 파악한 물질은 4%에 불과하며 23%는 미지의 암흑물질, 73%는 역시 미지의 암흑에너지라는 분석결과를 토해냈다.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은 1917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처음 도입됐지만 아인슈타인 스스로 일생일대의 실수라며 폐기처분한 것이었는데 이제 우주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결정적 요소로 다시 부각된 것이다. 이 암흑에너지는 우주공간의 은하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반(反)중력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관측 결과는 우주가 마치 풍선처럼 팽창하고 있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 경우 우주는 풍선의 속이 아니라 풍선의 표면을 뜻한다.
그러나 만일 우주가 어느 순간 급속 팽창을 일으켰다면 이와 동일한 현상이 우주의 다른 부분에서도 또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따르면 우주는 타원형의 풍선이 아니라 이를 비비 꼬아서 여러 혹이 달려 있는 풍선인형의 형태를 띨 수가 있다. 이것이 다중우주이론이다.
이 다중우주이론은 상대성이론(우주론)과 양자역학(원자론)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만물이론인 초끈이론 또는 M이론과 결합할 경우 평행우주론을 배태한다. 평행우주론은 예를 들어 현재의 내가 아니라 과거 다른 행로를 선택한 또 다른 내가 이 우주공간의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SF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석좌교수이자 ‘제2의 칼 세이건’이라 불리는 저자에 따르면 이 이론은 천체물리학의 최신 관측결과를 반영한 진지한 이론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역사와 최신 연구 성과를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온갖 비유와 비교를 통해 쉽게 설명해 주는 탁월한 설명력에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