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령의 家/김서령 지음/268쪽·2만3700원·황소자리
저자는 남의 집 구경하는 게 가장 즐겁다는 사람이다. 20년 가까이 신문 잡지에 인터뷰 글을 기고해 온 저자는 “그 사람을 알려면 찻집에서 세 시간 이야기를 듣느니 살림집에 30분 가 보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집은 한 사람의 영혼을 담고, 삶을 몸뚱이째 보여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집을 재산 가치로 여겨 사고파는 데 익숙한 요즘. 저자는 한집에서 오랫동안 붙박이로 살아온 이 시대의 교양인 22명의 집 구경에 나선다. 나이 스무 살 때부터 집 주위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화가 박태후의 나주 죽설헌, 젊은 날의 방랑을 접고 선대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성원 씨의 안동 긍구당,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곳에 비닐로 집을 짓고 무욕의 삶을 사는 데니와 젬마의 마운틴, 이상철 씨의 장흥 토담집…. 창밖 풍경, 화장실에 걸린 그림 하나까지 꼼꼼히 읽어내는 저자의 눈썰미에 집안 구석구석 밴 곰삭은 사연이 살아나는 산문집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