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연 극복 다이어리/신디 추팩 지음·오현수 옮김/225쪽·8900원·황금가지
실연의 상처를 입은 여성에게 친구들은 대체로 이런 위로를 건넨다.
‘세월이 약이다’ ‘네 아픔의 실체는 상실감이야. 거의 움켜잡았다 싶었던 미래를 놓쳐서 실망한 거지’ ‘명상 치료나 요가 수업을 들어 봐’ 등등…. 속 터지는 사람에겐 때로 상처에 소금 뿌리는 말로 들리기 일쑤다. 그럼 이런 조언은 어떤가.
‘언니들, 일회용 남자를 구하세요. 실연의 씁쓸한 뒷맛을 지우고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패자 부활전에 나가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최고랍니다.’
실연의 아픔도, 소개팅에서 17번이나 ‘꽝’을 뽑은 우울한 경험도 저자에게 걸리면 요절복통할 에피소드가 된다. 저자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 TV 시리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작가이자 수석프로듀서. 드라마에서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가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똑똑한 바보들의 경제적 실수’의 저자인 게리 벨린스키는 이 책을 두고 “데이트 조언서 중 ‘날라리 아가씨’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그 말이 딱 맞다.
저자는 30대 중반의 이혼녀이고 헤어진 전 남편은 동성애자였다. 자신의 경험담까지 유머의 소재로 삼으며 싱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연애와 싱글 라이프를 경쾌하게 들려준다.
‘친구’인 척 거리를 유지하며 여자의 가슴을 후벼 파는 남자 등 요주의 남성 타입이나 여자 스스로 빠지기 쉬운 연애의 함정을 지적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하늘이 맺어준 연분이 각각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백마 탄 왕자의 도착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대신 내 힘으로 가능한 일을 통제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날라리 아가씨’의 똑똑한 제안이다. 원제 ‘The Between Boyfriends Book’(2003년).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