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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카페]김빼기 작전

입력 | 2006-03-21 03:01:00


《증권맨 제1 덕목은 화난 고객 달래기? 주가 빠진 날 증권사 전화는 불이 납니다. 1단계 작전은 폭탄 돌리기. 세 번만 돌리면 제풀에 지쳐 상황 끝. 다른 전략은 직접 찾아오라거나 돈 많이 번 고객과 큰소리로 떠들기. 그럼, 투자자의 최고 덕목은?… ‘내 탓이오!’》

주가지수가 1,300 선에서 오르내리는 날이 많아지면서 증권사 객장이 시끌시끌합니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이 “상담을 잘못 받은 때문”이라며 항의하기 때문이지요.

고객과 다툼이 생기면 대부분 증권사 영업사원은 “죄송하다”며 고객에게 이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손해를 보고도 차분해지는 투자자는 많지 않습니다.

1999년 대우그룹 부도와 함께 대우채권 환매 제한조치가 내려졌을 때 증권사 영업사원들이 멱살 잡히는 것은 일쑤였고 발에 차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끈질기게’ 항의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증권사 직원들은 나름대로 이런 고객 대응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화 떠넘기기.

“매수한 지 이틀 만에 팔고는 책임지라는 겁니다. 30분 넘게 설명하고 사과도 했지만 계속 항의해 설명을 더 잘하는 직원을 바꿔드리겠다며 옆 사람에게 넘겼죠.”

한 증권사 영업사원의 말입니다.

이러면 항의하는 고객은 김이 빠지게 돼 ‘항의고객 떠맡기 릴레이’는 보통 3명 정도에서 끝난다고 합니다.

“상담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줄 테니 객장으로 찾아오시라”는 방법도 씁니다. 대개 귀찮거나 시간이 없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방법을 쓰려면 영업직원의 덩치가 커야 한답니다. 정말로 객장을 찾아오는 고객이 있으면 일단 투자자를 압도해야 하니까요.

다른 고객에게 전화 걸기도 종종 쓰는 방법입니다. 수익률이 좋은 투자자에게 전화로 상세히 수익률을 알려주면 고객이 그 내용을 듣고 항의를 중단한다고 하네요.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투자자의 항의가 많지만 딱히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영업사원은 매매를 얼마나 많이 성사시키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고객과 다툴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투자자가 항의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투자 결과는 스스로 책임진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어디에 쓸지, 누구에게 맡길지…. 재산 관리는 결국 자신이 하는 거니까요.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