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이 아파트 단지로 중국 단둥의 압록강변을 따라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강변 관광도로도 놓였다. 이곳은 불과 3, 4년 전만 해도 갯벌이어서 단둥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구자룡 기자
“천시(天時)를 만났다.”(단둥 시 둥강 경제개발구 간부)
“덩샤오핑(鄧小平)이 선전(深(수,천)) 광저우(廣州) 등 남부 도시, 장쩌민(江澤民)이 상하이(上海) 개발에 주력했다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개발 중점은 동북 3성이고 그 중심 중 한 곳이 단둥이다.”(단둥의 한 중국인 기업가)
북한 신의주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 단둥(丹東) 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개발 의욕이 넘친다. 개발 붐의 대명사인 아파트가 압록강을 따라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단둥이 바다로 통하는 관문인 둥강(東港) 시 다둥(大東) 항은 부두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단둥의 급성장은 중국 정부 및 랴오닝(遼寧) 성 정부가 신의주 개방 및 개발에 대비한 ‘배후 도시’로 키운다는 의지가 뒷받침돼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 “북한과 강 하나 사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03년 10월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인 ‘11호 문건’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거 철강 조선 등 중공업 분야 국영 기업이 밀집해 있던 이 지역은 계획 경제 체질을 벗지 못했다. 자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못했다. 그러자 당에 이어 중국 국무원은 2005년 5월 ‘36호 문건’을 내려 보내 동북 3성, 특히 북한 접경 지역에 대한 개발 의지를 다시 밝혔다.
올해 2월 랴오닝 성 당국은 ‘3호 문건’을 발표해 ‘5점(點) 1선(線)’의 구체적인 개발 지침을 내놓았다. ‘5점 1선’이란 단둥, 다롄(大連) 등 성내 5개 거점 도시를 유기적으로 묶는 종합 발전계획. 여기에서 단둥은 동북 3성 개발의 핵심 지역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단둥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이유로 ‘민감 위험지역’으로 취급돼 오히려 홀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단둥 시 관계자나 단둥의 많은 기업가도 “단둥은 북한과 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어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릴 정도다.
○ 한국등 외국인 투자 30% 차지
중국은 11차 5개년 계획 기간(2006∼2010년) 중 다롄에서 헤이룽장(黑龍江) 성 무단장(牧丹江)에 이르는 1380여 km 구간에 ‘둥볜다오(東邊道)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신설 또는 기존 노선 개보수를 하는 공사로, 2008년 완공 목표다. 이 철도는 앞으로 동북 3성 개발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히 단둥은 둥볜다오 철도가 북한의 경의선과 연결되는 곳이어서 요충지이기도 하다.
선양(瀋陽)과 왕복 8차로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는 단둥은 단둥∼지린(吉林) 성 퉁화(通化), 단둥∼안산(鞍山) 간, 단둥∼랴오양(遼陽) 간에도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다. 단둥을 중심으로 방사선형 고속도로망을 갖추는 계획이다. 단둥∼둥강 간 4차로 국도는 올해 9월까지 6차로로 확장된다.
다둥 항의 물류처리 능력도 지난해 1600만 t에서 2010년 5000만 t, 2020년에는 현재 다롄 항 수준인 1억 t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둥강 시와 북한 신도군 간에는 ‘제2의 압록강 철교’(도로용)가 건설돼 신의주 등 북한 지역의 개방 및 개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같은 개발 열기에 따라 단둥의 부동산 가격도 급상승세다. 압록강 변 아파트의 m²당 분양 가격이 지난해 2800위안(약 36만 원)에서 올해 4200위안(약 54만 원)으로 50%나 올랐다. 중국 각 지역에서 투자자가 찾아오는 것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투자가도 전체 투자자의 30%나 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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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러 접경 지역도 개발
최근 홍콩 언론들은 중국의 북한 및 러시아 접경 지역인 지린 성 훈춘(琿春)에 ‘국제 자유무역지대’가 조성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 자유무역지대를 훈춘과 러시아 하산, 북한의 나선 등을 잇는 물류의 중심으로 키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은 훈춘∼나선 간 60km 구간에도 민자를 유치해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단둥=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中정부 단둥개발 대대적 지원, 신의주와 相生의지 표현”▼
“중국 중앙정부와 성 정부가 단둥 개발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신의주를 동반 성장시키겠다는 중국의 가장 확실한 의사 표현입니다.”
단둥(광역) 시 경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둥강 시 경제협력개발구의 가오쥔(高峻·41·사진) 주임은 단둥 시 개발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가오 주임은 “단둥 경제의 핵심 지역인 둥강은 중국 연안 도시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발달이 더뎠지만 앞으로는 급속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성 정부의 정책적 배려, 동북 3성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한국과 북한을 잇는 지리적 요충, 해산물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둥강 다둥항의 지난해 하역 능력은 1600만 t. 다롄의 1억 t과 비교하면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시설을 대폭 확충해 다롄, 잉커우 등과 함께 동북 3성으로 통하는 물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가오 주임은 강조했다.
단둥의 개발이 늦은 것은 중국 정부가 그동안 동북 3성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다 한국 북한 등과의 교류도 별로 없는 외진 곳으로 여겼던 탓이 크다는 것. 게다가 ‘빈곤한’ 북한과 접해 있어 북한의 눈치를 살핀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오 주임은 최근 한국의 물류업체들이 둥강에 물류기지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등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져 단둥이 뜨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둥과 인천을 운항(운항 시간 15시간·주 3회)하는 여객선인 ‘둥팡밍주(東方明珠·정원 599명)’도 승객이 늘어나 올해 안에 90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대형 여객선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단둥=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