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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입력 | 2006-03-22 03:00:00

그림 박순철


한왕 유방이 대장군 한신의 군막에 이르니 경포의 진채를 뚫고 나간 것이 패왕과 강동병 8백 기(騎)였음을 확인해 주는 것 외에 새로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항우가 떠난 뒤에도 남아서 진채를 지키던 초나라 군사 2천 명이 마침내 항복해 왔다고 합니다.”

마침 장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있던 한신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왕에게 군례를 올리기 바쁘게 그 일을 전했다. 그러자 한왕이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듯 차고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을 모두 끌어내 목 베시오. 여태까지 항우를 따라다닌 자들이라면 우리 한나라의 백성으로 고쳐 부리기는 틀렸소.”

그리고 한왕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리둥절해 있는 한신을 서슬 푸른 명으로 한 번 더 놀라게 하였다.

“이제 남은 일이 항우를 잡는 것뿐이라면 과인이 그 마무리를 짓겠소. 먼저 대장군은 들으시오.”

“신(臣) 한신 삼가 군명을 받들겠습니다.”

한신이 얼결에 머리를 조아리며 그렇게 받자 한왕이 미리 생각해 둔 것처럼 거침없이 말했다.

“대장군은 항우가 사로잡히거나 그 목이 군전(軍前)에 이를 때까지는 대군을 유지하고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 곧바로 삼군(三軍)을 진발시켜 회수 북쪽에서 항우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어 한왕은 가장 발이 빠른 군사를 거느린 관영을 불렀다.

“기장(騎將) 관영은 낭중(郎中) 기병 5천을 골라 뽑아 남쪽으로 항우를 뒤쫓는다. 항우를 사로잡거나 그 머리를 얻어 오는 자는 천금(千金)의 상을 내리고 만호후(萬戶侯)에 봉할 것이다. 공을 다툴 맹사(猛士)들을 뽑아 가되, 초나라에서 항복해 와서 항우의 얼굴을 익히 아는 자들을 데려가 만에 하나라도 어긋남이 없게 하라.”

그리고 관영을 재촉하여 패왕을 뒤쫓게 했다. 이에 관영은 낭중기(郎中騎) 양희(楊喜)와 왕예(王예) 같은 용장에다가 기사마(騎司馬) 여마동(呂馬童)처럼 초군에서 항복해 와 패왕의 얼굴을 잘 아는 장수들을 데리고 5천 기병을 휘몰아 패왕의 자취를 따라갔다.

한편 그 새벽 한군의 에움을 빠져나온 패왕 항우는 한나절을 달려 대택향(大澤鄕)을 지난 뒤 회수가 작은 나루에 이르렀다. 패왕은 새벽부터 달려와 허기진 군사들에게 밥을 지어 먹게 하는 한편 회수를 건널 배를 찾아보게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강가를 뒤져도 작은 쪽배 한 척 찾아낼 수 없었다. 한 고기잡이 늙은이가 그 까닭을 일러주었다.

“벌써 여러 날 전에 구강(九江)의 군사들이 배를 타고 몰려와 배들을 모두 회남(淮南)으로 끌고 가버렸습니다. 지금 회북(淮北) 나루에는 고기잡이할 배조차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급해진 초나라 기마들은 회수를 따라 오르내리며 감추어 둔 배를 찾는다, 떼를 얽는다, 허둥거렸다. 그런데 어느새 관영의 기마대가 패왕의 자취를 밟아 그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초군에는 다행스럽게도 관영이 이끈 한나라 낭중 기병 5천이 모두 그곳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

글 이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