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모비스 선수들이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유 감독은 “나는 한 게 없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해 준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모비스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는 21일 울산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 앞서 라커룸에서 갑자기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포커페이스’로 불리며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하던 평소의 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중요한 경기. 그래서 윌리엄스는 혹시 선수들이 흔들리까봐 “딴마음 먹지 말고 평소대로만 하자”며 집중력을 주문했던 것.
승리를 향해 똘똘 뭉친 모비스가 전자랜드를 98-76으로 꺾고 2001년 기아 인수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이인 홈 11연승을 질주하며 35승 18패를 기록해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를 결정지은 것.
정신적 리더를 떠맡고 나선 윌리엄스는 29득점, 15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올 시즌 용병 최우수선수상을 예약했다. 우지원(16득점) 이병석(15득점 3점슛 5개) 양동근(12득점)도 공수에 걸쳐 완승을 거들었다.
프로 감독 데뷔 후 8시즌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선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멀리 미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 뒤 “감격스럽다. 힘든 훈련을 소화해 준 선수들이 고맙고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새로운 패턴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0개 구단 중 평균 연봉이 꼴찌(8775만 원)인 모비스의 우승은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 농구 덕분. 모비스는 경기당 실점 78.6점, 턴오버 10.9개의 최소 기록으로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전반을 40-41로 끝낸 모비스는 3쿼터 들어 이병석의 연속 3점슛 2개를 신호탄으로 10점을 잇달아 뽑아 54-43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