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50여 년 전 중국의 한 거리 악사가 작곡한 곡입니다. 강 위에 비친 달빛 그림자를 묘사한 아름다운 선율이지요. 중국에서는 꽤 유명해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12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중국인 첼리스트 지안 왕의 바흐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 지안 왕은 앙코르 곡으로 중국의 무명 악사가 작곡한 곡을 들려주었다. 너무도 구슬픈 그의 연주는 첼로가 서양악기가 아니라 중국 전통 악기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음악회를 마친 후 그와의 만남에서 “원래 무슨 악기로 연주되던 곡이냐”고 물었더니 “얼후(二胡)”라고 답했다.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중국인 피아니스트 윤디 리의 협연 무대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윤디 리가 택한 앙코르 곡도 중국 작곡가 링 얼 야오가 작곡한 ‘해바라기’였다.
중국 특유의 경쾌한 선율이 담긴 ‘해바라기’는 윤디 리가 2004년 독일 바덴바덴 축제극장에서 녹화한 연주실황 DVD에서도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던 단골 레퍼토리.
우연인지, 계획된 것인지 올봄 중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무대에서는 모두 중국적인 향기가 있는 중국 현대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을 수 있었다. 4, 5일 내한공연을 펼쳤던 중국국립교향악단은 사회주의 풍의 역동적 사운드가 특징인 중국 작곡가 관샤의 ‘제1교향서곡’을 연주했다.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중국교향악단은 물론이고 어릴 적부터 해외로 진출한 스타 연주자들까지 중국적 선율과 리듬이 가득한 자국의 현대곡을 연주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