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동일계열 특별전형을 정원의 1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에 실업고 특별전형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등 대학들은 “의무화는 대학 자율권 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교육양극화 해소 문제와 관련한 실업고 특별전형 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업고 특별전형 의무화=교육부는 지난해 5월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입 문호를 넓히기 위해 정원 외 3% 범위에서 실업고 졸업생의 동일계 특별전형 제도를 대학에 적극 권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국립대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하고 일부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저 수학능력기준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현행법상 각 대학은 실업고 졸업생 동일계 특별전형을 통해 정원 외 3%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실업고 졸업생을 모집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직업교육 안정화를 위해 장기검토 과제로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무화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반대=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이 20일 “실업계 고교 출신자에 대한 대입 특별전형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데 이어 국립대에 의무화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 총장은 지난해 3월 교육부 초청 강연에서 “실업고 특별전형을 확대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서울대는 그런 대학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 적도 있다.
현재 서울대는 실업고생에 대해 정원 외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2006학년도 합격자 3406명 중 실업계고 졸업생은 2명에 불과하다.
이종섭(李鍾燮) 입학관리본부장은 “각 대학이 교육철학에 따라 학생을 뽑으면 된다”며 “특별전형 의무화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업교육 개선이 먼저”=여당이 사회 양극화를 부각시키며 실업고 특별전형을 늘리려는 것은 5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란 지적이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대학이 소외계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학생 선발은 실력과 경쟁력이 우선”이라며 “지금도 실업고를 대학 진학을 위한 우회 방법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실업고 특별전형을 늘리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업고를 활성화하려면 직업교육을 내실화해야지 대입 특례에 역점을 두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