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가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계약직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의 가해자 및 주변 인물들의 실명 등이 인터넷에 공개돼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계약직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로 서울 K중 교사 W(28) 씨를 15일 구속했다.
W 씨는 1월 10일 오전 1시 반경 경기 광명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지난해 12월까지 K중에서 함께 근무했던 계약직 여교사 C(26)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W 씨는 다른 교사 2명과 C 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셨으며 다른 교사들이 집에 돌아간 뒤 술에 취해 쓰러진 C 씨를 성폭행했다.
W 씨는 경찰에서 “C 씨의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시도했지만 실제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직후 C 씨는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렸으며,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사건 관계자의 사진과 실명이 공개돼 누리꾼의 사이버 테러 표적이 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이 “함께 있던 교사들이 윤간했다” “성폭행 사건 뒤 가족들도 피해 여교사를 외면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덧붙이면서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욕설이 담긴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 가운데 일부 내용은 피해자 조사에서도 듣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C 씨를 상담했던 천주교성폭력상담소도 “피해자가 공개 게시판인 줄 모르고 올린 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덧붙여져 유포되자 충격을 받았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W 씨를 직위해제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행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W 씨는 파면이나 해임을 당하더라도 각각 5년 또는 3년이 지나면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교단에서 추방할 부적격 교원의 범위를 성폭력 등 4가지로 정했지만 성폭력 피해자를 미성년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렴치범을 교단에서 영구 추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W 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어서 전교조 홈페이지에도 비방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교조는 21일 성명을 통해 “전교조 조합원이 연루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며 해당 교사에 대해서는 제명 등 중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