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강에서 생산하는 폴리부틸렌(PB) 소재 파이프 연결구.
《1956년 증시가 개장된 이래 부실기업으로 퇴출됐다가 재상장된 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급수 난방용 파이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인 ㈜애강이 증시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 회사는 2002년 10월 부도가 나 그해 12월 증시에서 퇴출됐다가 내달 11일 재상장될 예정이다.》
○갑자기 닥친 부도
이 회사의 종전 사명은 ‘에이콘’이다. 1990년 설립됐으며 영국 헵워스로부터 폴리부틸렌(PB) 파이프 제조기술을 전수받았다.
이 회사는 PB 파이프 배관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에이콘에 비극이 닥친 건 2000년 10월 당시 소유주였던 A 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부터.
A 씨 아들은 물려받은 회사를 2002년 5월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소유한 B 씨에게 매각했다. 그런데 B 씨는 파이프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에이콘 명의로 거액의 어음을 발행해 끌어들인 돈으로 IT업체들의 매출을 부풀렸고 결국 5개월 만에 IT업체들도, 에이콘도 부도가 났다. B 씨는 구속됐다.
○피땀 어린 노력… 부활
부도 당시였던 2002년 매출은 376억 원이었지만 부도 금액은 760억 원이나 됐다.
그런데도 채권단은 화의 결정을 내려 직원들에게 기업 회생을 맡겼다. 채권단 가운데 은행들은 6년간 부채를 분할 상환하도록 했고, 어음을 가진 업체들은 이자 없는 3년간 분할 상환에 동의했다.
그만큼 에이콘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에 대한 믿음이 컸던 것.
부도 이후 직원들은 당시 영업부장으로 현장 경험이 많았던 양찬모(44) 씨를 사장으로 선출했다.
직원 120명 가운데 회사를 떠난 사람은 단 한 명.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6개월간 월급을 받지 않고 오로지 제품 생산에 매달렸다.
전국 33개 대리점은 양 사장과 회사를 믿고 23억5000만 원을 모아 투자했다.
회사는 매출이 연평균 20%씩 늘어나면서 부도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2003년 매출액은 453억 원, 2004년은 540억 원이다. 영업이익도 2004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결국 2004년 4월 화의를 졸업했다.
지난해에는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4% 줄어든 518억 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성장하는 중국 해외법인과 은나노 파이프 등 신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사명을 애강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3월 30, 31일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