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문학비평가 구모룡(47·한국해양대 교수)씨가 요즘 비평이 작품에 대한 예찬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구 씨는 여덟 번째 평론집 ‘시의 옹호’(천년의시작)에서 우리 사회의 문학적 장이 활력을 잃어가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비평 권력’문제를 조심스럽게 짚었다.
구 씨는 “비평가가 시인·작가를 경배하고 그들이 생산한 작품을 무조건 예찬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면서 현대 비평이 상찬 위주로 흐르는 경향을 비판했다. 구 씨는 비평가에게 부여되는 권력은 ‘필요악’이라면서, 문제는 비평 권력 자체가 아니라 권력의 바르지 못한 사용이라고 말했다. “텍스트에 대한 성실한 독법과 더불어 새로운 의미 생산을 통하여 시인·작가를 설득하는 것이 문학비평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는 구 씨는 “비평이 창조적인 의미 소통의 장이 되지 못할 때 위기를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씨는 또 현대시의 ‘추상 문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오늘날의 시가 현실과 멀어진 채 난해한 언어와 기법 개발에만 몰두한다는 것. 구 씨는 “난해의 장벽에서 일상 언어로의 전환은 현대시가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과업”이라면서 “독자 없이 어떠한 해석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석 가능성은 필연적인 고려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시가 나아갈 길에 대해 지금까지의 언어 혼란 대신 “먼저 사물과 삶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거기에 맞는 언어와 문법을 찾아야 한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