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刺繡) 연구가인 율당 조승래(栗堂 趙承來·84·사진) 옹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 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조 옹은 ‘손공자수(Hand made embroidery ball)’의 대가로 꼽힌다. 손공자수는 단단하게 뭉친 솜 위에 실을 감아 공을 만들고 그 위에 여러 등분으로 나눠 다양한 수를 놓는 방법.
경남 밀양시 삼문동 리사갤러리(관장 이은영)는 23일부터 ‘손공자수 율당 전시회’를 시작했다. 조 옹의 작품을 생전에 널리 알리기 위해 300여 점의 작품을 다음 달 3일까지 전시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연꽃 등 각종 꽃문양과 단청 문양의 손공자수 250여 점과 일본 스웨덴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자수를 연구해 만든 50여 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조 옹의 외손녀 이지은(36) 씨는 “작은 외할아버지는 몇 달 전부터 거동이 어려워 수를 놓지 못하지만 평생 창작활동을 해 오신 예술가였다”며 “생전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전시회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서 스님에게 그림을 배운 조 옹은 젊은 시절 주로 탱화를 그리다 1940년대에 진주에서 고교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심한 위장병을 얻어 일본에서 요양할 무렵 부인이 소일거리로 권유해 자수에 손을 댔다. 그는 이후 많은 예술제와 국전에서 상을 받았다.
고대와 중세, 현대에 이르는 자수기법을 책으로 펴낸 조 옹의 열정은 2004년 외손녀가 개설한 손공자수협회 홈페이지(www.gongsoo.com)에 잘 나타나 있다.
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