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손택수 지음·정약전 원저/232쪽·9800원·아이세움(중 1∼3년)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한국 최초의 어류학서로 불린다. 19세기 초반 흑산도 근해의 바다 생물을 실제로 채집해 기록한 이 책은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시인 손택수 씨는 이 과학적 기록에서 역사의 생생한 현장과 삶의 희로애락을 찾아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우리 고전과 가까워지도록 쉽고 재미있는 해제를 선보인다는 취지로 기획된 ‘나의 고전 읽기’ 시리즈의 첫 책이다. 단순히 물고기 얘기를 평이하게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저마다 특성을 가진 하나하나의 생물에서 인생과 세상을 성찰해 보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자산어보에서 ‘검붉은 색을 띠고 있고…꼬리는 돼지 꼬리처럼 생겼고, 중심부에 가시가 어지럽게 돋아나 있다’고 소개된 홍어에 대해, 손 씨는 한발 더 나아가 ‘썩어서 발효 음식이 되는 홍어’에 초점을 맞춘다. 썩지 않고는 맛을 낼 수 없는 게 홍어고 인생이라는 것.
자산어보의 기록뿐만 아니라 정약전이 아우 정약용과 주고받은 편지, 정약전의 다른 산문도 풍부하게 소개돼 역사 상황을 헤아려 볼 수도 있다. 바다 생물을 컬러 세밀화로 그려 넣어 그 생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