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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건강찾기]하지정맥류

입력 | 2006-03-27 03:05:00

다리 통증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회사원 김정수 씨가 다리 쪽에서 심장 쪽으로 올라오는 정맥 혈류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를 받고 있다(오른쪽 아래).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은 김 씨가 다리통증 완화를 위해 발목을 아래위로 움직여 주는 발목운동(왼쪽 아래)과 잠을 잘 때 다리를 심장의 위치보다 높게 하는 자세를 교육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김정수(33·여·경기 성남시 복정동) 씨는 하루 8시간을 꼬박 서 있다. 손님이 없을 때마저 주위의 눈치 때문에 서성이기도 힘들다. 이런 백화점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5년.

서서 일한 지 2년이 조금 지날 때 즈음 몸에 ‘이상’이 생겼다. 처음에는 잠깐씩 다리에 쥐가 나곤 했지만 점차 시간이 길어졌고 이젠 한번 쥐가 나면 한 시간은 주물러야 통증이 사라질 정도다.

이건 무슨 병일까. 김 씨는 15일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태원 교수에게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22일엔 검사 결과를 들었다. ‘하지정맥류’였다.

“하지정맥류는 서서 일하는 직장인에겐 흔한 질환이에요. 지금은 다리 쪽 혈관이 다소 푸르스름하게 보이지만 더 심하면 혈관이 밖으로 돌출될 수도 있어요.”(권 교수)

하지정맥류는 심장 쪽으로 가야 할 피의 일부가 다리 쪽으로 거꾸로 흐르면서 장딴지 쪽에 피가 고이는 병. 피가 고이면 혈관이 늘어나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다리가 아프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이유는 심장으로 가는 피의 80∼90%를 실어 나르는 ‘심부정맥’의 피가 피부 쪽 혈관인 ‘표재정맥’으로 빠져나가거나 피가 거꾸로 흐르지 못하도록 돕는 혈관 내 밸브인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인지를 진단하는 정맥기능검사와 초음파 검사도 이 두 가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 오래 서 있으면 피가 거꾸로 흐르나요?”(김 씨)

“서서 일하면 다리는 늘 심장보다 밑에 있어요. 그만큼 위로 올려 보내기 어려워지죠. 그런데다 다리 쪽 피가 심장까지 올 수 있는 이유는 걷거나 움직이면서 장딴지 근육이 충분히 수축하기 때문인데 가만히 있으면 수축하는 힘이 부족해지잖아요.”(권 교수)

평상시에도 발목을 자주 아래위로 움직여 주면 장딴지의 근육이 수축해 피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제자리에서도 걷는 등 조금씩이라도 움직여 주는 게 좋다. 앉을 때는 다리를 꼬지 않는다. 혈관이 눌려 혈액 순환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아플 땐 반신욕을 하거나 뜨거운 물에 발과 다리를 담그고 있어요.”(김 씨)

“뜨거운 곳에 다리를 넣는 것은 좋지 않아요. 혈관이 확장돼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늘어난 혈관이 더 늘어나 하지정맥류는 악화되죠.”(권 교수)

자주 마사지를 하면 근육이 수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또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고 일하면 다리 피부 쪽 표재정맥으로 피가 잘 몰리지 않아서 덜 아프다.

“서 있지 않고 잘 때도 쥐가 나서 힘든데요.”(김 씨)

“집에서 쉴 때나 잠을 잘 때는 피가 다리 쪽으로 가지 않도록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자연스럽게 피가 심장 쪽으로 흐르면서 증상이 나아지거든요.”(권 교수)

이런 방법으로도 충분히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 땐 아예 늘어난 표재정맥을 없애는 수술을 한다. 최근엔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레이저 시술도 있다. 하지만 외견상으로 별 문제가 없거나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는 게 좋다고 권 교수는 조언한다.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지 않고 발목 운동만 하다가 병을 키우는 건 아닐까요?”(김 씨)

“하지정맥류 환자 가운데 아주 일부는 심부정맥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심장으로 피가 흐르지 못합니다. 이런 환자에게서는 피부 일부에 궤양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권 교수)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전문가 진단▼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장인은 혈액순환장애인 ‘하지정맥류’가 생기기 쉽다.

하지정맥류의 가장 흔한 증상은 다리가 자주 붓고 무거우며 저린 것이다. 밤에 잠을 자다 쥐가 나서 깨기도 하며 심하면 피부 밖으로 혈관(정맥)이 구불구불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심장 쪽으로 올라가야 할 피가 다리 혈관 내 밸브인 판막 이상 등으로 다리 쪽으로 거꾸로 흘러 생긴다. 피가 몰리면서 혈관(표재정맥)이 팽창되며 다리가 뻐근하고 저린 것.

우리 몸의 피는 심장박동으로 힘을 받아서 아래로 이동하지만 발까지 온 피는 혈압을 잃는다. 이 피가 다시 높이 있는 심장까지 올라가려면 장딴지 근육이 수축하면서 새로운 힘으로 밀어줘야 한다. 또 정맥 안에 있는 판막이 심장을 향해 이동할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장인은 다리의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축하는 힘이 약하다. 여기에다 정맥 안의 ‘판막’도 점차 제 기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맥류는 장딴지가 잘 수축하도록 운동을 반복해 주면 정맥의 흐름이 정상이 되어 증상이 좋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서 있는 동안에도 계속 다리며 발목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또 평상시 자주 걷거나 자전거를 타서 하체 근육을 키워 준다. 일정한 압력으로 다리 근육을 눌러 주는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밖으로 돌출된 혈관이 마음에 걸린다면 피부 쪽 혈관을 없애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권태원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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