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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글로비스-오토넷 압수수색]현대車 “수사배경뭐냐”

입력 | 2006-03-27 03:06:00


26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임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오전을 택했고 그룹 측에 사전통보도 전혀 없었다.

압수수색의 규모도 대단히 컸다. 검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밤 12시경까지 16시간 이상 100박스 분량의 증거 자료를 압수했다.

대검 중앙수사부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그룹 본사와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 3곳에 보내 김재록(金在錄)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의 정관계 로비를 입증할 자료를 압수했다.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압수수색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검찰이 무엇 때문에 수사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비상연락을 받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로 출근했으나 압수수색에 협조할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룹 측은 일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그룹 경영 전반이나 후계구도 문제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고 밝히자 일말의 기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특히 민감한 계열사라는 점에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룹 임직원들은 최근 미국 달러화 및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강세(원화환율 하락)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에서 터져 나온 이번 일로 경영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금융 브로커’로 전성기를 누린 김 씨에 대한 수사가 당초 ‘핵심 사안’으로 꼽히던 외환위기 직후 금융구조조정 관련 비리에서 전격적으로 현대차그룹으로 향한 배경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압수수색을 받은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은 김 씨의 전성기에는 없던 최근에 만들어진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을 강조해 온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현대차그룹이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자 격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가장 민감한 계열사여서 파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