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세르뵈르 뒤 디자인상’ 수상작 전시회의 테마는 ‘발굴’이었다.
고대 유적처럼 잘 정돈된 구획 내에 수상작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었다. 수천 년간 보지 못했던 태양을 기다리는 듯했다.
안 마리 부탱(사진) 프랑스 산업디자인진흥청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시 디스플레이 그 자체로 대중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유물을 찾는 것처럼, 좋은 디자인을 찾아내야죠.”
부탱 청장은 수상작을 설명하면서 프랑스인 특유의 열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사탕회사는 포장에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채택한 뒤 매출이 40%나 늘어났죠. 예쁘죠? 이건 물리넥스가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한 뒤 내놓은 제품입니다. ‘메카노’라는 회사의 장난감들은 조립하기가 굉장히 쉬워요. 오랜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느낌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요.”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오랑주의 매장 디자인, 화장품 브랜드 이브로셰의 용기, 프랑스 전력공사의 그래픽 디자인 등 설명이 이어졌다.
전시 품목의 90%는 프랑스산 제품. 나머지 10%가 외국 회사의 것이다.
그는 APCI와 옵세르뵈르 뒤 디자인상 설립 목적을 기자에게 강조하고 싶어 했다. 프랑스 제품이 국제 경쟁에서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디자인이 필수라는 사실을 국내외 기업은 물론 다른 나라의 기자에게 알리는 일 말이다.
1983년 설립된 APCI는 처음엔 문화부 산하 기구였으나 1990년대 초 정권이 바뀌면서 와해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기업을 비롯해 퐁피두센터 등 문화예술 기구가 한마음이 돼 발 벗고 나섰다. ‘디자인 진흥은 계속돼야 한다.’
이후 비영리조직으로 탈바꿈한 APCI는 디자인 현장의 창조력을 자극해 기업과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전 국민의 디자인 의식을 고양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한국 등 다른 나라와의 협력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는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패션 등 일부 분야에만 우수 디자인이 집중돼 있다”며 “좋은 디자인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탱 청장은 “20년 전만 해도 프랑스에서 디자이너는 엔지니어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엔지니어 못지않게 디자이너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상작 중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기를 가리키며 빙긋 웃었다.
“한국의 디자인 품질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기술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소비자의 흥미를 끄는 제품도 많습니다. 그러나 섬세한 감성(Sensibility)이 조금 빠진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한국 디자인의 발전을 계속 주시할 겁니다.”
파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