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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프랑스의 예술+실용]아트와 기능의 창조적 결합

입력 | 2006-03-27 04:41:00

파리에서 열린 ‘옵세르뵈르 뒤 디자인상’ 수상작 전시회. 예술과 기능의 접목을 추구하는 프랑스 디자인의 현주소를 한눈에 보여 준다. 파리=조이영 기자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

메트로 7호선 낡은 기차를 타고 파리 북동부 ‘포르트 드 라 비예트’ 역에 내렸다. ‘라 비예트(La Villette)’는 대규모 공원 속에 과학 산업관과 음악관 극장 도서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이곳을 찾은 까닭은 프랑스 산업디자인진흥청(APCI)이 주관하는 ‘옵세르뵈르 뒤 디자인(Observeur du Design)상’ 수상작 전시회 때문. 함께 마련된 영화 ‘스타워즈’ 관련 전시를 구경하려는 꼬마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로비에서 내심 ‘디자인 전시장은 얼마나 썰렁하려나’ 하고 얕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예상 밖이었다. 전시장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붐볐다. 전시회를 안내하는 APCI 관계자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혹시 여기… 무료인가요?” “입장료 7유로(약8200원)예요.”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 앞에는 귀여운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그 앞에 몰려 선 초등학생들. 화면에 나타난 건전지 그림과 ‘어디에 버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저희들끼리 왁자지껄한 모습. 화려한 색감의 생활용품, 첨단 소재로 만들어진 하이테크 제품에도 호기심 넘치는 눈빛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디자인에 담긴 예술과 환경, 기술을 그들은 일상의 하나로 만끽하고 있었다. 예술로 가득한 도시, 그중 하나인 디자인을 즐기는 파리지앵의 생활이었다.

○ 디자이너보다 창작자

프랑스 디자인을 이끌어 온 두 개의 수레바퀴는 ‘아르 데코(Art d´eco)’와 ‘기술의 전승’.

1920∼30년대 독일과 이탈리아는 합리적이고 기능주의에 입각한 대량생산의 원형을 제시하며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했다. 그러나 프랑스 디자인에는 기능과 장식이 공존했다.

이것이 프랑스 디자인의 바탕을 이루는 아르 데코 정신이다. 예술과 공예, 산업은 결코 분리되지 않고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섞인다.

프랑스 디자인의 특징으로는 ‘자유로운 형태 표현’이 꼽힌다. 산업적인 면보다 창조적인 면, 즉 문화적인 이미지로 간주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디자이너’보다 ‘창작자(Cr´eateur)’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이런 용어 구분부터 프랑스 디자인의 특징을 말해 준다. 창조 창작이라는 용어와 예술 디자인 사이에는 한 치의 틈도 없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가 제각각 다른 현대 디자인의 특성을 드러내는 반면 프랑스가 좀처럼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960년대 초 소비 사회가 등장하면서 가전제품이 가정의 혁명을 이끌었고, 1960년대 말 이후 시민들이 ‘디자인 제품’의 사용자로 등장하면서 기능주의가 쇠퇴했다.

프랑스 디자인은 1970년대에 이르러 르네상스를 맞는다. 1972년 르노 자동차, 1975년 코레일 기차, 1976년 콩코드 비행기가 등장했다. 그러나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1980년까지 디자인 관련 회사의 절반이 문을 닫고 만다.

1980년대는 경제불황으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프랑스 디자인은 점점 더 세계화의 길로 나섰다.

세계 시장에서 프랑스 디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영역으로 항공기와 패션을 꼽는다. ‘럭셔리’ 브랜드인 샤넬, 크리스찬 디올, 루이비통과 초고속 열차 TGV, 콩코드 여객기, 라팔 전투기, 아리안 로켓과 같은 첨단 산업과 ‘함께 달리는’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 공공건물을 디자인 작품으로

프랑스의 디자인 진흥 정책은 정부가 디자인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디자인 계획을 선도하고 진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 디자인의 가장 큰 고객은 정부이며, 대부분 대규모 공공건물의 디자인은 정부의 주문으로 세워진 ‘작품’이다. 퐁피두센터(1977년)와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1987년) 등이 대표적인 예. 이런 작업은 정부 건축가 예술가가 공동연구하고 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디자인 고등교육은 프랑스 전지역의 20여 개 미술학교에서 이뤄지며 국가에서 학위를 인정하는 3∼5년 과정이 있다.

지역정책의 초점은 중소기업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시키는 데 맞추고 있다. 정부 산하 지역 디자인센터와 기업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제품 생산 활동에 디자이너의 개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역 디자인센터들은 또 ‘디자인 프랑스’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유망 디자이너와 디자인 트렌드 등을 공유하고 있다.

APCI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는 기업체에서 일하는 1500여 명의 디자이너와 1만3000여 명의 독립 디자이너(패션 부문 제외)가 있으며 이 중 절반은 경력 10년 미만의 ‘젊은 인재’들이다.

파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