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자산운용의 ‘행복만들기 주식1’ 운용팀 - 홍진환 기자
“이 펀드로 고객에게 수모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04년 9월 CJ자산운용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은 새로 내놓을 주식형 펀드의 이름을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CJ자산운용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고객들의 항의에 시달렸다. 한때 14조 원에 이르던 수탁액은 7조 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파는 사람은 물론 사는 사람도 행복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펀드 명칭 ‘CJ 행복만들기 주식1’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해 10월부터 운용된 이 펀드는 순자산액 2700억 원으로 CJ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로 자리 잡았다.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하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일정 부분을 투자한다.
매년 코스피지수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에는 코스피지수보다 28.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 고객이 시장보다 더 크게 웃고 덜 울게
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포트폴리오를 두 가지 종류로 구성한 것이다. 시장 포트폴리오와 전략 포트폴리오가 그것.
시장 포트폴리오는 철저하게 시장을 따라가도록 고안돼 있다. 시가총액 상위 60개 종목 중에서 20∼25개를 골라 투자한다. 종목을 자주 매매하지도 않는다. 순자산액의 70%는 이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
김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증시 전망을 밝게 본다”며 “배당주, 가치주처럼 운용하는 곳의 스타일이 가미되는 펀드보다는 시장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을 따라만 가면 될까. 시장이 웃을 때 고객이 더 웃고, 울 때 덜 울도록 해야 전문가에게 돈을 맡길 이유가 생기는 것.
그래서 순자산액의 30%는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 이게 전략 포트폴리오이다.
전략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종목에는 거래소, 코스닥, 대형주, 중소형주, 배당주, 성장주, 가치주 등 구분이 없다. 오로지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단기간에 초과 수익률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매입 후 한 달 만에 해당 종목을 팔기도 했죠. 작년 하반기처럼 증시가 활황이면 단기간에 목표했던 수익률이 달성되거든요.”
이승준 주식운용1팀장의 말이다. 전략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종목은 길어도 보유기간이 6, 7개월을 넘지 않는다.
24일까지 1년 8개월 동안 전략 포트폴리오는 코스피지수보다 159.6%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시장 포트폴리오는 코스피지수와 거의 비슷하다. 펀드 수익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39.6%포인트 높다.
○ 업종 전담 매니저 체제로 운영
전략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업종을 전담하는 펀드매니저가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 6명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나눈 업종 분류에 따라 △기술 △소재 △내구소비재 △금융 △전기·가스 △텔레콤 △산업재 등 7개 업종을 맡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담당 업종에 속하는 90여 종목 가운데 기업 탐방 등을 통해 4∼8종목을 발굴하면 전략 포트폴리오 후보가 된다.
이 팀장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펀드매니저보다 업종별 전담 펀드매니저가 업종을 잘 이해하고 종목을 잘 발굴한다”며 “6개월마다 맡는 업종을 바꾸기 때문에 3년만 지나면 펀드매니저들이 전체 업종까지 잘 알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전략 포트폴리오만 따로 떼어내 펀드를 만들어 보라는 고객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면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