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회가 시의원의 연간 보수를 6804만 원으로 정했다. 올해부터 지방의원에 대한 유급제가 도입됨에 따라 ‘의원 보수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던 차에 서울시의회의 보수 수준 결정은 뜨겁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지방의원의 보수는 크게 ‘유급제’와 ‘무보수 명예직’으로 대별된다. 어느 제도를 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의정 제도의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반적으로 의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회기 일수가 짧으며, 의원 정수가 많으면 무급제를, 반대의 경우 유급제를 선택한다. 선진국의 경우 대의회제를 채택하는 영국 등 유럽의 국가들은 무보수 명예직을, 미국과 같이 의원 수가 적은 소의회제에서는 유급제를 각각 채택하고 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할 당시 한국은 기본적으로 지방의원의 규모가 큰 대의회제를 근간으로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지만 올해부터 유급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한국은 의원의 겸직 허용, 의원의 정수, 회기 일수에 대한 규정 등으로 볼 때 무보수 명예직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도 이번에 보수 규정만은 유급제로 전환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유급제 전환의 명분이 부족한데도 단추가 잘못 끼워져 버린 것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그동안 각 지방의회가 보여 온 모습에도 문제가 많다. 전국지방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줄곧 유급화를 주장하면서 “통일된 보수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는 자치단체별로 자율권을 달라고 요구한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형국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의 차이 등 여건이 각양각색이다. 인구 규모만 하더라도 100만 명을 웃도는 수원시가 있는 반면에 울릉군은 1만 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특성을 무시하고 보수만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와는 사뭇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보수 수준에 대한 논의도 ‘집행부의 어느 직급 수준에 맞출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즉 단체장 수준으로 할 것인가 부단체장 수준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국장 또는 과장 수준으로 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선후가 바뀌고 주객이 전도된 논의였던 셈이다.
지금 지방의원의 유급화를 과거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느 수준에서 보수 수준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주민이 공감할 수 있으며 의원들의 효율적인 의정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가?
기초의원은 2100만 원, 광역의원은 3100만 원을 하한선으로 하고 상한선은 부단체장 수준의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제시된 하한선은 유급제 이전에 의원들이 의정 활동비 및 회기 수당으로 받는 금액이다. 유급제의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최소한 유급제 이전보다는 높아야 한다. 한편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이 선출되는 지방의원의 보수를 단체장 수준으로 정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 같은 상한선과 하한선 범위 안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인구 규모, 재정 여건(재정 수요 충족도), 지역 소득 수준, 지역 근로자의 평균임금 수준 등 지역적 특성과 요구되는 의정 활동의 복잡다단성에 기초하여 지역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의원의 겸직 허용, 회기 일수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취약한 재정기반 위에 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자로 출범한 의회제도.
최근 서울시의회가 산정한 6804만 원에 대해 과연 서울시민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까? 이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법 규정의 범위 내에서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