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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독일 축구광’ 아렌스가 본 K리그

입력 | 2006-03-28 03:00:00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구나 아렌스 씨. 대전=정재윤 기자


《유럽 축구리그와 K리그의 다른 점은 뭘까? 독일 축구광 아렌스 씨가 K리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미래를 짚어 봤다.》

눈부시게 화창했던 26일 한국고속철도(KTX)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처음으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 경기를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들떴다.

택시를 타고 월드컵경기장에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독일은 분데스리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인데 충격이었다.

구장 안으로 들어갈 때는 아무런 점검도 받지 않았다. 경찰이 겹겹이 둘러싸 안전을 위해 물통조차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독일에 비해 경비가 너무 허술해 보였다.

● 허술한 보안-폭죽 사용에 충격

월드컵경기장답게 구장은 무척 크고 깨끗했다. 하지만 팬들은 너무 적었다. 3분의 1도 안 찬 관중석. 이처럼 넓은 경기장에 이렇게 관중이 적다니. 홈인 대전의 서포터스들은 경기 시작 때 고작 200여 명이 응원을 하고 있어 원정 온 500여 명의 수원 서포터스보다 오히려 초라해 보였다.

드디어 킥오프. 함성과 함께 뭔가 하얀 것이 경기장으로 쏟아지는 게 장관이었다. 두루마리 휴지였다. 그리고는 폭죽 불꽃이 솟아올랐다. 폭죽 사용은 독일에서는 바로 퇴장감이다. 실제 이날 경기 중 화장지에 불이 붙어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잠시 후 유럽 축구에 비해 너무나 느린 경기 스피드에 놀랐다. 선수들은 패스를 하지 않고 혼자서 돌파만 하려다 공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한 선수가 측면 돌파할 때 다른 선수들이 중앙으로 왜 뛰어들어가지 않는지, 패스를 한 뒤 왜 앞으로 커버를 들어가지 않고 머뭇거리며 기다리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 패스미스-휘슬 남발… 선수들은 걷고

경기 진행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패스 실수가 너무 많고 심판은 시도 때도 없이 휘슬을 불어 흐름을 끊어 놓았다. 축구는 90분 내내 쉴 새 없이 뛰는 운동인데 공을 잡지 않은 선수들이 어정어정 걷는 것은 이해가 안 됐다.

외국인 선수가 많았지만 그다지 동기부여가 돼 있지 않아 보였다. 몇 선수는 무척 이기적으로 플레이했다.

후반 20분경 교체 선수가 들어가는데 뚜벅뚜벅 걷는 모습 역시 낯설었다. 유럽에서는 어떤 스타라도 교체 투입될 때는 활기차게 뛰어 들어가며 자신의 에너지를 과시한다.

K리그가 더 많은 팬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어 보였다. 경기 뒤 꾸벅 인사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 입장권 사면 무료승차 등 서비스 개발을 축구 입장권을 사면 버스나 지하철을 무료로 타게 해 주거나 야구 티켓을 할인해 주는 등 연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단주는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열정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스타 선수들도 팬들의 열정을 끌어내야 한다. 베르더 브레멘의 토르스텐 프링스나 바이에른 뮌헨의 미하엘 발라크처럼 팀 분위기를 이끌고 팬들의 사랑을 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하다.

K리그는 경기장 시설이나 선수의 개인기 등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고 있다. 좀 더 빠르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노력 등 소프트웨어를 개선한다면 K리그도 유럽 못지않은 훌륭한 리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리그 파이팅!

정리=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구나 아렌스는 누구

아렌스(26) 씨는 독일 올덴부르크대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명문팀 브레멘의 열성 팬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의 축구장에 가 봤다. 2002 한일 월드컵에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때 자원봉사를 하며 한국 관계자를 만나 꼭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스포츠마케팅 업체 ‘포르투나2002’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