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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네스코 본부서 ‘청자’ 전시회-심포지엄

입력 | 2006-03-28 03:00:00

외국인들 “도자기 빚기 신나요”지난해 전남 강진군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연 ‘외국인의 날’ 행사에서 외국인들이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다. 사진 제공 강진군청


‘남도 답사 1번지’로 불리는 전남 강진군은 청자의 고장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국보급 청자의 80%가 강진에서 나왔다. 전국의 400여 옛 가마터 중 188기가 강진에 있다.

청자를 빚는 고령토와 땔감이 풍부하고 가마를 파기 좋게 45도로 흘러내린 산허리와 따뜻한 바닷바람 등 지형 및 기후 조건이 강진을 청자 생산의 최적지로 만들었다.

해마다 150만 명이 강진의 청자축제를 찾는다. 다음 달 프랑스 파리에서는 고려청자의 진면목을 알리는 전시회가 열려 세계의 도자기 반열에 오르게 됐다.

▽세계 나들이에 나서는 강진 청자=강진군은 다음 달 3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본부에서 청자전시회와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청자 그 천년의 신비 속’을 주제로 청자투각칠보문향로(국보 제95호) 등 국보급 고려청자 재현품 11점을 선보인다.

또 강진의 아름다운 사계(四季)와 고려청자의 탄생과 재현, 제작 과정을 영상과 그래픽으로 보여 준다.

지난해 7월 자매결연 협의차 프랑스 리모주 시를 방문한 황주홍(黃柱洪) 군수가 유네스코 본부 관계자를 만나 강진 청자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

강진전 개막에 앞서 ‘풍요와 조화’를 주제로 고려청자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의 실학정신, 영랑 김윤식 선생의 민족혼 등 강진군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 유적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군은 이번 전시회와 심포지엄이 1994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강진 도요지(사적 제68호)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대 서경석(徐炅錫·디자인학부) 교수는 “영롱하고 은은한 비취색을 띠는 매병, 향로 등 전통작품 재현과 함께 세계적으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식기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군이 지난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 부부에게 선물한 ‘청자상감 운학국화문합’. 사진 제공 강진군청

▽강진 청자의 경쟁력=고려 말기 제작기법이 쇠퇴하면서 사라졌던 고려청자를 재현해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1978년 설립된 강진군 청자사업소다.

관요(官窯)인 청자사업소는 연간 2만여 점의 청자를 만든다. 22명의 도공(陶工)이 성형, 조각, 유약 바르기, 건조, 굽기 등 24단계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소나무와 참나무를 때는 화목가마에서는 1년에 4차례만 청자를 굽는다. 많아야 1000여 점을 생산한다.

가마에서 청자를 빼내는 요출(窯出) 행사 때 현장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데 구름과 학이 그려진 청자상감운학문과 연꽃 모양의 청자투각칠보문향로는 100만 원이 넘는다.

일본인들은 30만 원 정도 하는 대접을 특히 좋아해 행사가 있을 때 단체로 구입한다. 올해는 다음 달 22일 첫 행사를 갖는다.

청자사업소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21개국 정상 부부에게 선물한 ‘청자상감 운학국화문합’ 주문이 밀렸다.

‘청자상감용봉모란문 개합’(국보 제220호)의 모란 모양 대신 국화 모양을 넣어 재현한 이 청자는 뚜껑과 받침, 그릇 등 세 부분이 한 세트로 시가 35만 원.

박재룡(朴재龍) 청자사업소장은 “주문량이 1000세트를 넘어 추가 접수를 중단했다”며 “쉬지 않고 작업해도 주문을 소화하려면 6월 말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