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출범식 때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주요 참석자. 왼쪽부터 문정식 워싱턴글로벌펀드(WGF) 회장, 이인영 우리PE 대표, 오호수 인베스투스글로벌 당시 고문,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당시 회장, 김종욱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사진 제공 우리금융지주
김재록(金在錄) 씨가 2002년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과 우리금융지주 사이의 거래에도 ‘커넥션’의 흔적이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이후 직간접적으로 인베스투스글로벌과 4차례 거래했다. 김 씨가 ‘마당발’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 황영기(黃永基)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안면’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김 씨가 이들에게 접근하는 데는 오호수(吳浩洙)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이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재록 씨와 황영기 회장
김 씨와 황 회장은 모두 이 전 부총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씨와 이 전 부총리가 함께 외국을 다녔다는 증언도 많다.
황 회장은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주요 멤버로 분류된다. 2004년 3월 우리은행장이 될 때도 당시 부총리였던 이 씨가 강력히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전 의원은 최근 본보 기자에게 “한때 한나라당에서 황 회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김 씨를 찾아가 ‘도와 달라’고 했더니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김 씨가 황 회장을 설득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베스투스글로벌이 컨설팅을 맡은 2건의 자금 조달에 모두 참여했다.
서울 중구 명동과 경기 수원시에 대규모 복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S기업에 금융자문을 해 하나은행으로부터 500억 원을 빌릴 수 있게 해 주고, 경기 부천시 T쇼핑몰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직접 325억 원을 투자했다.
거꾸로 인베스투스글로벌은 자회사인 인베스투스파트너스를 통해 우리금융지주가 만든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의 국내 자금 모집책을 맡았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은 우리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자문 계약을 맺은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의 카드산업 조사도 한때 수행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지주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황 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호수 회장을 비롯한 ‘이헌재 사단’
금융권 및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씨가 이헌재 사단으로 알려진 금융권 고위 인사들과 교분을 맺게 된 데는 이 전 부총리의 오랜 친구이자 자문역으로 알려진 오 회장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2001년부터 3년간 증권업협회장을 지낸 오 회장은 이헌재 사단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오 회장과 김 씨는 같은 호남 출신으로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오 회장은 증권업협회장으로 재직할 때 정부가 증권업 자율규제 업무 일부를 협회에 넘기자 공익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2001년 4월 14일 이사회 구조를 개편했다. 회장과 부회장을 제외한 일반 이사진을 공익이사 3명, 회원이사 10명에서 공익이사 5명, 회원이사 5명으로 바꿨다.
추가로 만들어진 공익이사 두 자리 가운데 하나를 김 씨가 채웠다.
오 회장이 협회장에서 물러나자 김 씨는 오 회장에게 인베스투스글로벌 고문 자리를 준 데 이어 최근 검찰수사의 칼끝이 자신을 겨냥하자 오 고문을 다시 회장으로 추대했다.
오 회장과 황 회장 외에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금융계 고위 인사로는 박해춘(朴海春) LG카드 사장, 정기홍(鄭基鴻) 서울보증보험 사장, 이성남(李成男)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서근우(徐槿宇) 하나은행 부행장, 이성규(李星圭) 전 국민은행 부행장, 김영재(金映宰) 칸서스자산운용 회장, 최범수(崔範樹) 한국개인신용 부사장 등이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