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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로비 파문]건교부가 먼저 ‘규제 완화’ 市에 문의

입력 | 2006-03-28 03:00:00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토지용도 변경 로비를 했다는 설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쌍둥이빌딩. 왼쪽이 2000년 당시 현대차가 농협에서 매입한 사옥이며 오른쪽이 증축 중인 문제의 연구개발센터 건물. 김재명 기자


■ 현대車 신사옥 인허가 과정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부지의 연구개발센터 증축 인허가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사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 증축 가능하도록 규정 바꾼 당국에 주목=검찰은 현대차그룹이 도시계획 관련 규정에 묶여 양재동 사옥 증축이 난관에 부닥치자 김재록(金在錄·46·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을 통해 인허가 로비를 청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년 전부터 충남 아산시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본사로 모으기 위해 사옥을 증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 인력을 새로 증축될 양재동 연구개발센터 빌딩으로 집결시킴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자동차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건설교통부 소관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도시계획 시설규칙)’ 때문에 연구개발센터를 양재동 사옥 옆에 지을 수가 없었다. 유통업무시설인 현대차그룹 사옥 부지에는 연구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건교부 규칙에 의해 연구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난관을 뚫기 위해 김 씨에게 정관계 로비를 청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건교부 규칙이 개정되고 서울시 승인이 나는 과정에 김 씨의 로비가 개입됐는지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규칙 개정 후 현대차그룹 사옥 증축 인허가=현대차그룹 연구개발센터 부지 약 7만 평은 호텔이나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없고 유통업무 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일반상업지역(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이었다.

그러나 건교부가 2004년 12월 3일자로 문제의 규칙 가운데 기존의 부대시설 항목에 연구시설 등을 추가하면서 연구개발센터 건축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신축될 사옥 내 연구개발센터 건축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도시계획세부시설 조성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관련 규칙이 개정된 과정에는 건교부의 규칙 개정이 먼저 있었고, 이후 서울시가 도시계획시설 조성 계획 변경 결정을 하는 순서를 밟았다.

건교부는 2004년 4월 서울시에 문제의 규칙에 대한 개정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런저런 민원이 있어 규칙을 개정하는 게 좋겠다”고 건교부에 회신했다.

2004년 5월 25일 대기업 총수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수도권 지역에 연구개발시설을 건립하도록 해 달라고 제안했다. 건교부는 같은 해 8월 19일 문제의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9월 24일 서울 서초구에 연구개발센터를 증축하는 안을 제출했다.

이 규칙은 같은 해 12월 3일 효력이 발생했고, 서울시는 2005년 1월 1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현대차그룹의 사옥 증축안을 승인했다.

▽건교부, 서울시 엇갈리는 해명=현대차그룹 양재동 신사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건교부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의 하위 규칙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을 바꿔 이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는 2004년 12월 도시에 세울 수 있는 시설 규정 중에서 ‘화물유통설비에 설치할 수 있는 부대시설’ 항목에 ‘유통업무와 관련된 연구시설’이라는 내용을 추가해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을 바꿨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양재동 빌딩 부지에 연구시설을 넣을 수 있게 돼 서울시의 건축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2004년 5월 25일 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수도권에 연구개발 시설을 설립하도록 해달라는 제안이 있었다”며 “당시 산업자원부가 이 같은 내용을 취합해 협조 요청을 했기 때문에 검토 후 규칙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청와대 간담회보다 앞선 4월에 건교부로부터 관련 규칙 개정에 대한 서울시의 의견을 묻는 질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건교부와 서울시의 해명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차그룹이 연구시설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질의를 해 왔을 때 ‘관련 규정에 연구시설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했었다”며 “로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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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