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1일 막을 올리는 프랑스 대작 뮤지컬 ‘십계’의 국내 제목은 ‘레 딕스(Les Dix)-십계(十戒)’다. 거리 곳곳의 홍보 현판과 인터넷에서 이 뮤지컬 제목을 본 사람들의 문의가 제작사 측에 잇따랐다. 프랑스어에서 ‘10’을 뜻하는 ‘Dix’는 ‘디스’[dis]로 읽어야 하는데 왜 ‘딕스’로 표기했느냐는 것. 실수? 그렇지 않다. 제작사 측은 회의까지 거친 끝에 ‘일부러’ 잘못 표기했다.
“‘디스’라고 쓰면 얼핏 담배 ‘디스’를 연상할 수 있는 데다 어감상 강렬함이 없는 것 같아 고민 끝에 ‘디스’를 그냥 ‘딕스’로 표기했다”는 것.
엄밀히 말하면 이 뮤지컬 제목에서 ‘딕스’는 ‘디스’도 아닌 ‘디’가 맞다. ‘디스(Dix)’는 모음 앞에서는 ‘디즈’[diz]로, 자음 앞에서는 ‘디’[di]로 발음되기 때문. ‘레 딕스-십계’의 프랑스어 원제는 ‘레 디 코망드망(Les Dix Commandment)’이다. 결국 이 프랑스 뮤지컬의 제목 중 ‘진짜 프랑스어’는 정관사 ‘레(Les)’ 하나뿐인 셈이다.
그냥 ‘십계’라고만 해도 될 제목 앞에 굳이 ‘엉터리 프랑스어’를 붙인 이유는 뭘까?
제작사 측은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인 만큼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연 중인 또 다른 프랑스 뮤지컬 ‘찬스’의 원제는 ‘샹스(Chance)’. 하지만 국내 제목은 영어로 읽었다.
“이 뮤지컬이 ‘로또 복권 당첨’에 관한 내용인 만큼 ‘기회’라는 제목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프랑스어 ‘샹스’보다는 누구나 아는 영어 ‘찬스’로 바꿨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