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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英 ‘리딩’ 첫 프리미어리그 입성 “135년 만이야”

입력 | 2006-03-29 03:04:00

창단 135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리딩FC의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레스터=게티 이미지


‘135년 만에 이뤄낸 기적.’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64km 떨어진 인구 14만4000여 명의 작은 도시 리딩. 이곳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매일 밤이면 시내 거리와 술집에는 노래를 부르고 축하주를 터뜨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리 해런(21) 씨는 “이 도시 역사상 길이 남을 최고의 날이다. 미치도록 즐겁다”고 말했다.

● 리딩시민 술 노래… 축제 도가니

무슨 일일까.

26일(한국 시간)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 속한 이 도시의 축구팀 리딩 FC가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며 프리미어리그 승격이 확정됐다.

올 시즌 6경기를 남기고 27승 11무 2패(승점 92)로 3위 왓포드 FC(승점 72)와 승점을 20점 차로 벌려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프리미어리그로 자동 승격할 수 있는 리그 2위를 확보한 것.

1871년 창단 후 135년 만에 처음 맞는 경사다. 2006∼2007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신입생이 된 리딩은 이제 20개 팀이 속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팀이 됐다. 1874년 창단된 애스턴빌라가 리딩에 이어 2위.

1878년 FA컵에 첫 출전한 리딩은 줄곧 하부리그를 맴돌았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은 4부리그에 머무르며 가끔 3부리그를 오르내렸다. 1926년 3부리그 우승과 1949, 1952년 3부리그 준우승이 구단이 자랑하는 최고 성적.

● 1871년 창단… 만년 꼴찌팀

1990년 신문출판업자인 존 마데스키가 빚에 허덕이던 구단을 인수하면서 팀이 바뀌었다. 무려 4000만 파운드(약 680억 원)를 투자해 2만5000석 규모의 새 구장을 지었다. 2003년부터 리딩의 사령탑을 맡은 스티브 코펠(50)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대표팀에서 윙으로 뛰었던 스타 출신. 코펠 감독은 유명한 스타 한 명 없이 똘똘 뭉친 팀워크로 승격을 이뤄 냈다. 보통 승격된 2부리그 팀들은 왕년의 프리미어리그 스타들의 활약이 원동력이었지만 리딩은 대부분 하위 리그에서 발굴한 유망주들로 구성됐다.

● 스타없이 팀워크로 꿈 이뤄

코펠 감독은 “우리가 정말 프리미어리그로 가는 것인가. 꿈만 같다. 모든 것을 팀을 위해 쏟아 부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결국 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감격해했다.

주장 그램 머티는 “감독님은 우리들의 압박감을 덜어내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부담 없이 뛴 덕에 우리가 프리미어리그로 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06년 3월 26일은 이미 리딩 시 역사에 새겨졌다. 이날의 경기 프로그램 책자는 이미 인터넷 경매에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