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씨를 상대로 한 수사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으로 확대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한 수사가 본류(本流)이고 현대 부분은 지류(支流)라고 말했지만 본류 지류가 바뀔 가능성과 또 다른 본류가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김 씨 사건과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수사의 초점이 여럿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이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이에 담긴 ‘뜻’을 둘러싼 추측이 무성하다. 재계 압박용, 선거용, 서울시장 겨냥용 등 시중에 나도는 풍설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카더라’”라고 일축했다. 검찰도 청와대 하명(下命)수사가 아니라고 펄쩍 뛴다. 아직은 진상을 알기 어렵지만 수사 추이에 따라서는 정국(政局)과 관계(官界) 및 재계(財界)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수사에 관여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 노 대통령은 그제 기업인들에게 특강하면서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지만 고위 인사들 수준에서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 석연찮은 점이 많아 국회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선을 긋듯이’ 말한 것은 명백히 부적절하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에 대한 논란을 낳을 뿐 아니라 외환은행 매각의 ‘배후’에 대한 의문까지 오히려 증폭시킨다.
어느 사건이건 검찰은 특정 권력과의 교감(交感) 아래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라도 수사가 정치적 목적과 결부되는 경우에는 검찰에 커다란 오점(汚點)이 될 뿐 아니라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경제를 멍들게 하는 죄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