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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 워치]쟤들 대학생 맞아?…佛시위 폭력배 골치

입력 | 2006-03-30 03:03:00


프랑스의 새 고용법안에 반대하는 학생, 노동자의 평화적인 시위가 일부 과격 청년들이 끼어들면서 폭력 시위로 변하는 양상이 재연됐다.

28일 파리 등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최초고용계약(CPE)법 반대 시위에서 학생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시위 대열을 보호하며 행진했다. ‘카쇠르’라고 이름 붙여진,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한 것.

‘카쇠르’는 시위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다. 시위대와 따로 움직이다 때때로 시위대원의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빼앗고 길가 상점을 파괴하고 약탈한다.

경찰은 시위대 속에 사복조를 투입해 카쇠르가 눈에 띄면 곧바로 끌어냈다. 일부는 쇠파이프, 칼과 같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캠코더와 잉크 발사기를 동원했다. 투석 등으로 대항하면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했다.

경찰은 약 1500명의 선동자와 300명의 무정부주의자가 폭력을 선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는 이번 파업 피해를 직접 겪었다. 27일까지 로마에서의 신임 추기경 서임 행사를 취재하고 28일 오전 비행기로 파리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28일 오전 7시 로마 치암피노 공항을 출발해 파리 북부 보베 공항에 9시에 도착하는 라이언에어를 예약했다.

저가 항공사를 택한 것은 에어프랑스보다 파업 영향이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항공사 파업이 시작되면 대형사인 에어프랑스부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또 공항이 파업에 들어가도 보베 공항처럼 변두리 공항은 형편이 낫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전 5시 반경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비행 취소’라는 안내판이 떠 있었다. 항공사 측의 조언에 따라 벨기에의 샤를루아 공항으로 떠나는 다른 비행기 편을 택했다. 샤를루아 공항에 내려 브뤼셀 중앙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기차를 타고 파리로 들어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전 10시 반이면 집에 도착했을 텐데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함께 벨기에행 비행기를 탄 조제 에도 씨는 “이런 파업은 늘 있기에 놀라지도 않는다”며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샤를루아 공항에 내리더니 렌터카 회사를 찾았다. 브뤼셀∼파리 간의 기차역이 없는 곳이 목적지였기에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백 유로가 더 들지만 회사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다. 이날 수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을 것이다. 파업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