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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로비 파문]‘鄭조준’…현대車 비자금 별도 수사

입력 | 2006-03-30 03:04:00

鄭사장 집 지키는 직원들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29일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사장의 자택 주변을 지키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있다. 전영한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룹의 심장부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

검찰이 26일 현대차그룹 본사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에서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실까지 압수수색하려 시도하고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 집무실을 실제로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검찰 수사의 초점이 어디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검찰, 그룹 최상부 겨냥=현대차그룹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비자금 조성과 방법, 범위를 규명하는 단계에 와 있다. 비자금을 만들고 사용하는 데 개입한 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의 자금담당 임원들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이 같은 수사 흐름은 궁극적으로 글로비스 비자금을 누가 어떻게 왜 조성했는지로 모아지고 있다.

글로비스의 이주은(李柱銀·구속) 사장 한 사람이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검찰은 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 사장이 비자금 조성에 개입 또는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정 회장의 부속실과 정 사장의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이미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등에 개입한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정 회장 부자의 비자금 조성 개입 혐의를 밝혀낼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의 대주주이지만 경영자가 아니어서 비자금 조성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 후계구도에 암초가 될 수도=정 사장은 정 회장을 이어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갈 후계자의 위치에 있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는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순환출자 구조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계열사가 기아차다.

정 사장이 기아차의 지분을 인수하면 순환출자 구조에 따라 현대차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2001년부터 정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에 그룹 차원에서 사업 물량을 전폭적으로 밀어 줬고, 이에 힘입어 글로비스는 급성장했다.

정 사장은 이후 기아차 주식 690만4500주를 사들여 지분을 1.99%로 늘렸다.

이 같은 경영권 승계 시도는 검찰 수사로 암초에 부닥칠 수도 있다.

▽글로비스의 금고에 보관돼 있던 수십억 원의 비자금=검찰은 26일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해 수십억 원 상당의 달러화와 양도성예금증서(CD), 현금 등을 압수했다.

이주은 사장이 28일 비자금 69억8000여만 원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검찰은 이때 압수한 비자금은 이 돈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이 사장이 비자금을 왜 글로비스 금고에 보관했고, 어디에 쓰려고 한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글로비스의 설립 배경이나 성장사 등에 비춰 보면 그룹 ‘윗선’ 지시에 따른 현대차그룹 전체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비스는 2001년 2월 설립 당시 정 회장 부자가 100% 출자했고 현재는 정 사장이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이 비자금이 ‘정 사장에 의한, 정 사장을 위한, 정 사장의’ 자금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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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