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2003년부터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택시교통카드 단말기가 외면을 받고 있다.
신용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는 단말기가 툭하면 고장나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는 택시가 늘었다.
▽애물단지 단말기=27일 오후 9시경 연수구 동춘 3동에서 개인택시를 탄 이모(41) 씨는 신용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려다 낭패를 당했다.
현금으로만 요금을 받는다고 하는 바람에 동전까지 털어 요금을 냈다. 이 씨는 “단말기 사용이 안 된다”는 문구를 뒤늦게 발견했다.
“왜 카드를 받지 않느냐”고 따지자 택시기사는 “신형 단말기로 교체되기 때문에 카드를 받을 수 없다”고 변명했다.
28일 남구 용현동의 한 가스충전소. 개인택시를 살펴보니 단말기가 보이지 않았다.
택시기사 이모(54) 씨는 “충전소에서 프로그램 다운로드가 잘 안 돼 30분간 지체하는 경우가 많아서 떼어버렸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 정모(61) 씨는 “승객을 태웠는데 단말기가 오류를 일으켜 10여 분 동안 단말기를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며 “승객은 짜증내고 뒷 차량은 클랙션을 누르는 상황에서 결국 요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2일에는 E사의 단말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내려받던 2000여 대의 단말기 작동이 중단됐다.
▽안일한 행정으로 법정 싸움=현재 인천시내 개인택시 7000여 대, 법인택시 5474대에 단말기를 설치했다.
인천시는 2003년 초 단말기를 달지 않은 택시에 대해 5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택시회사에게는 증차를 조건으로 단말기 장착을 권유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금으로 40만 원, 신용카드로 48만 원을 주고 단말기를 설치했다. 시는 단말기를 꺼 놓고 운행하거나 떼어낸 경우, 또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한 택시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남동구가 택시기사 1명에게 120만 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하자 택시기사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법원은 과징금을 60만 원으로 낮췄다.
중구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택시기사 15명은 과징금부과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택시기사 5800여 명은 E사를 상대로 단말기가 비싼 만큼 제구실을 못한다며 부당이익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시는 단말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월 평균 단말기 카드 사용 건수가 9000여 건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매달 1만2000건에 이르는 등 단말기 사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16일부터 카드 사용 1건당 100원을 장려금 명목으로 택시기사에게 준다. 여기에 카드수수료 2.5%를 택시회사에 지원한다. 승객은 카드로 요금을 내면 200원을 할인받는다. 모두 세금으로 지원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가 잘못된 행정을 만회하기 위해 시민세금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