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기로 유명한 유재학 감독은 벤치 매너도 깔끔해 심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농구 코트 바닥에 누워 달라는 요청에도 기꺼이 응한 유 감독은 활짝 웃어달라고 하자 “웃는 건 잘 못한다”며 쑥스러워했다. 수원=이훈구 기자
지난달 26일 끝난 프로농구 2005∼2006시즌 정규리그에서 모비스의 평균 득점은 10개 구단 중 7위. 리바운드는 꼴찌였다.
게다가 선수들의 올시즌 평균 연봉(8775만 원) 역시 꼴찌다. 시즌 개막 전 “모비스는 플레이오프에만 진출해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 했다. 하지만 이런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 팀 득점 7위-리바운드 꼴찌-연봉 꼴찌
유재학(43) 감독은 “예상 못한 결과”라며 겸손해 했지만 그가 ‘이변 창조’의 주역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유 감독을 경기 수원시 모비스체육관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한 유 감독은 최고의 가드로 활약하며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1988년에는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소속팀 기아를 정상에 올려놨지만 이듬해 무릎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코치로 활동하다 1998년 남자농구 대우증권 사령탑에 오르며 최연소(당시 35세) 감독이 됐다. 하지만 지도자의 길은 선수 시절보다는 훨씬 덜 화려했다.
2004년에 전자랜드에서 모비스로 옮겼고 지난 시즌에는 7위. 올해 성적이 수직 상승한 비결은 뭘까.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가 가세한 것 빼고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어요. 확실한 슈터가 없기 때문에 2년 전부터 수비력 강화에 집중했고 그게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겠죠.” “감독이 어느 누구를 편들면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고 말하는 유 감독은 경기 시작 30분 전에야 그날 뛸 선수를 알려 주는 등 선수들에게 경쟁을 유도한다.
○ 출전선수 명단도 경기 직전에야 통보
“모비스에는 이상민(34·KCC)이나 김승현(28·오리온스)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가 없어요. 연습을 통해 기량이 좋아질 수 있지만 타고난 능력까지 만들 수는 없죠. 그런 부분을 메워 줄 수 있는 게 바로 조직력 아닐까요.”
올 정규리그 MVP를 뽑을 때 “모비스는 선수 전원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이름값에 연연하지도, 연줄을 따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유 감독은 결국 선수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수원=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재학 감독은…
△생년월일: 1963년 3월 20일 △체격: 180cm, 80kg △출신학교: 용산중-경복고-연세대 △별명: 코트의 여우 △주량: 소주 1병 △가족관계: 아내 김주연(43) 씨, 아들 선호(16) 군과 딸 선아(13)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