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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사찰음식 대중화에 힘써 온 선재 스님

입력 | 2006-04-03 03:03:00

사찰 음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선재 스님은 “선식(사찰음식)은 몸의 건강을 위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맑은 영혼을 위한 음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뒤로 스님의 제자들이 음식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작은 사진은 봄나물구절판(왼쪽), 봄동꽃대밥.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일요일인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동 비구니회관 1층 전시장. 봄의 향취를 가득 머금은 쑥 냉이 곰취 머위 소리쟁이 보리순 등 갖가지 나물이 탁자 위에 전시돼 있다.

이 전시는 사찰음식전문가인 선재(50) 스님이 비구니회관에서 열린 1년 과정의 강좌를 수료한 제자 50여 명과 함께 마련한 ‘봄나물을 이용한 선식(禪食)전’. 선식은 절에서 먹는 스님들의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울분과 긴장을 풀어 준다는 고사리두부탕, 몸 안의 독소를 빼 준다는 머위꽃된장찌개, 혈관을 튼튼하게 해 준다는 쑥칼국수 등 100여 가지의 음식이 함께 전시됐다.

선재 스님은 “절에서 스님들이 해 먹는 음식은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게 하면서 마음과 영혼을 맑게 해 주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특히 요즘 산과 들에서 나는 식물은 추위를 뚫고 올라온 에너지 덩어리이므로 봄나물을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10년 전부터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의 대학이나 병원, 사찰 등을 찾아다니며 강의해 온 선재 스님은 “중생은 인스턴트식품과 인공 조미료 등을 많이 섭취해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데 스님이라고 혼자 깊은 산 속에서 도만 닦고 있으면 부처님이 좋아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선식은 이제 절간만의 음식이 아니다”라며 “일반 가정의 오염된 식단을 선식으로 바꿔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선재 스님이 각종 강좌를 통해 배출한 제자 수천 명 가운데는 다른 종교 신자도 많다. 이날 선식전을 함께 준비한 주부 구명서(47) 씨는 “스님에게서 선식을 배워 우리 집 식단을 바꾸었더니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체중이 5∼6kg 빠지고 적은 재료로도 풍족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좋아했다.

선재 스님은 “선식을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암 환자도 많은데 선식으로 효과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병이 생기기 전에 평소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선식이나 제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암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스님은 선식을 통해 심성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식은 건강을 위한 음식이기에 앞서 영혼을 위한 음식입니다. 재료가 지닌 불성(佛性)을 살려 요리하면 그 음식으로 건강뿐 아니라 도를 깨칠 수도 있지요. 반면에 비닐하우스 채소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심신이 아프게 되지요.”

선재 스님은 현재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광교프라자에서 ‘선재 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며 비구니회관(목 금요일·02-3411-8103), 동국대 가정학과(수요일)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전국 사찰과 병원, 대학 등에 수시로 특강을 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선식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연과 내가 똑같은 생명체이고 인간은 자연 속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생명력을 흡수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