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통증의 진단과 치료컴퓨터를 자주 사용하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 직장인에게 자주 오는 손목 통증은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더불어 수시로 손목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손목 통증으로 고생하는 강영모 씨가 평소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자세. ②강 씨가 3월 30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외래에서 손목 통증 원인에 대해 검사를 받고 있다. ③강 씨가 손목 통증 치료를 위해 하루 세 번 20분씩 손목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④강 씨가 최근 구입한 손목 보호용 마우스패드와 자판기패드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 손가락 쪽 힘줄 염증이 통증 유발
3년 전부터 계속된 오른쪽 손목 통증으로 고생하는 강영모(35·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 그는 대기업 전산개발팀 사원으로 사내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수개월 동안 오후 11시가 넘도록 컴퓨터에 매달려 있기 마련. 최근엔 숟가락을 들 때도 오른쪽 손목 통증이 왔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 통증이 심하고 손목을 구부리거나 펼 때 더 아프다.
강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김진삼 교수를 찾았다. 이날 손목 X선 촬영도 했지만 필름상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손목 부위가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고 구부리면 저리고 아파요.”(강 씨)
김 교수는 강 씨의 손목을 잡은 뒤 아프다고 호소하는 부위를 꼭꼭 눌렀다.
“아야. 바로 이 부위예요. 사원 대상으로 전산 교육을 한다고 마우스를 하루 2시간 이상 붙잡았더니 통증이 더욱 심해졌어요.”
강 씨에게 손목을 구부렸다 펴게 하면서 통증 진행 과정을 관찰한 김 교수.
“손등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쫙 펴면 두 개의 힘줄이 드러납니다. 힘줄에 염증이 생겨 부어 있어요. 힘줄을 감싸고 있는 막이 퉁퉁 부은 데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통증이 생기는 겁니다.”
○ 하루 세 번 20분씩 손목 스트레칭을
강 씨는 언뜻 생각난 병명이 있는지 “혹시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닌가요” 하고 묻는다.
“아뇨. 대부분이 손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병으로 착각을 많이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부위 힘줄이 신경을 눌러 생기기 때문에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저림증이 오는 것이 특징이죠. 통증이 주 증세면 ‘협착성 건막염’입니다.”
김 교수는 협착성 건막염이 잘 생기는 부위는 엄지손가락과 연결된 손목 부위나 손등 부위 등 힘줄이 일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수술은 안 해도 되나요?”
“통증이 1년 이상 계속되거나 1년에 두세 번 재발되는 경우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어요. 우선 2주 정도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하루 세 번 20분씩 손목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세요. 그래도 통증이 지속되면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방법을 쓸 예정입니다.”
김 교수는 강 씨의 손을 잡은 뒤 엄지손가락 쪽 힘줄이 늘어나도록 아래 방향으로 당기는 스트레칭법을 가르쳐 줬다.
“손목 통증은 한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 생기기 때문에 30분 정도 일하고 나선 쉬는 것이 좋아요. 참, 마우스도 한쪽 손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반대쪽 손으로도 사용해 보도록 하세요.”(김 교수)
강 씨는 이날 컴퓨터에 사용되는 손목 보호용 마우스패드와 자판기패드 등을 바로 구입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 “무거운 짐 들 때도 조심… 어깨-팔꿈치 같이 써야”
직장인의 손목 통증은 컴퓨터를 자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무거운 것을 운반하는 택배회사 직원, 또 할인점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음식점 직원 등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30∼50세 주부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며 손목 부근을 눌러 봤을 때 통증이 느껴지면 80%는 ‘협착성 건막염’으로 진단된다. 손가락 또는 손목을 구부리고 펴는 일을 담당하는 힘줄은 대개 팔꿈치 부근에서 손가락 또는 손목으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힘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손목 부근에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갑자기 많이 부르면 목이 붓는 것처럼 힘줄도 자주 또는 무리하게 사용하면 염증이 생겨 붓게 된다. 대개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 힘줄을 둘러싸고 있는 막도 붓는다.
결국 염증은 더욱 심해지고 통증 때문에 손을 잘 움직이지 않게 되면 터널이 더욱 좁아지면서 증세가 악화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은 되도록 피해야 된다. 일하면서 틈틈이 손목 부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경우엔 손목만을 이용하지 말고 어깨나 팔꿈치 등 좀 더 큰 관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손목 관절을 덜 움직이도록 의료용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일단 통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온찜질, 소염 진통제, 손목 스트레칭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2, 3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 의사의 진찰을 받아 신경이나 다른 원인에서 발생하는 손목 통증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김진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