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 앤드 오브제’에서 철제 프레임 위에 오렌지색 전선을 둘둘 만 조명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스파게티를 닮아 ‘스파게티 샹들리에’로 불렸다. 이 제품을 디자인 한 이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진우(34·사진) 씨.
샹들리에라는 우아한 이름과 달리 이 제품의 재료는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업용 전선과 알전구였다. 그럼에도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 받아 프랑스 퐁피두 센터와 패션 전문점에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다.
박 씨는 서울대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한 뒤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조명 가구 보석 선글라스 세탁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서울대 졸업 뒤 잠시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2000년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만난 론 아라드 RCA 학장의 권유로 영국 유학을 떠났다. 아라드 학장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2003년에는 스승 토드 분지와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을 위한 선글라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박 씨는 21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코카콜라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코카콜라병이다. 코카콜라는 좋아하지 않지만 시대를 초월한 코카콜라 ‘병’의 세련미에 매료된 것이다.
그는 한국적 요소를 전통 문화보다 현대에서 찾고 싶다며 비단과 코카콜라병을 결합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라드 학장은 그를 종종 ‘코카콜라 보이’로 부른다.
그의 제품에는 은근한 유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전시에서 극찬을 받은, 비키니 수영복을 닮은 ‘에로틱 디시’도 섹스와 유머의 상관 관계를 표현했다.
의자에 앉으면 벽면에서 천사의 날개나 소파 형태로 빛이 나오는 ‘인터랙티브 체어’도 있다.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는 휴식을, 보는 이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아이디어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아이스링크도 그의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겨울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서울에 옮겨 왔다.
그는 영국에서 귀국해 2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뒤 최근 ‘파크 플러스’라는 디자인그룹을 결성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본 독일 영국을 돌며 전시회를 열었고 현재 유럽 시장에서 디자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5월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현대가구박람회(ICFF)’에 참가한다.
전은경 월간 ‘디자인’ 기자 lilith@design.co.kr